화순군민의 혈세 수십억을 투입하여 조성한 ‘우수한약재 유통지원시설’ 이 10개월째 가동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우수한약재 유통지원시설을 위탁 운영하던 A사는 경영난으로 인해 시작부터 삐걱댔다. 매년 1억 2천만 원씩 화순군에 지급해야 하는 시설사용료도 3년째 지급하지 못했다. 화순군은 더는 A사가 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 위탁계약이 종료되는 2014년말 계약을 해지했다. 또 지급받지 못한 시설사용료 3억 6천만 원을 받기 위해 압류 등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약재 유통시설 준공 당시 전완준 군수는 “화순군에서 연간 1000톤의 한약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꾸준히 재배면적을 늘려 연간 3000톤 정도를 생산해서 수지를 맞추겠다” 는 홍보를 이용해 농가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인해 한약재를 사들이고도 바로 현금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농민들도 점차 외면하기 시작했다. 한약재 재배 농민 A씨는 “화순군의 홍보만 믿고 참여했는데, 정작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농가 입장으로썬 그저 답답할 따름” 이라며 하소연했다.



한약재 유통시설이 실패한 첫 번째 원인은 BTL(임대형 민자사업) 사업에 있다. 임대형 민자사업은 민간업자가 시설을 세우면서 시작한다. 그 뒤 매년 지방자치단체가 임대료를 갚는 방식으로써 민간회사인 B사가 100억원을 투입해 시설을 만든 뒤 화순군에 소유권을 넘기고, 군은 B사에 매년 8억 1천만 원씩 2030년까지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임대료는 국비 50% 지방비 50% 충당하기로 했지만, 보건복지부가 2016년부터 시설 이용률에 따라 국비를 차등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나 화순군의 경우 창고가 아닌 상대적으로 시설 이용률이 적은 유통시설이라는 이유로 국비 지원이 줄게 되었고 A사의 경영난까지 겹쳐 결국 운영하지도 않는 한약재 유통시설에 매년 12억이상 씩 쏟아붓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두 번째 원인은 초창기 대표 선임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선임되었던 김행중 이사장은 전남한약재조합 대표를 역임한 사람이며, 공모를 거쳐 선임된 것이 아니라 군수가 직접 낙점해서 경영을 맡긴 부적절한 인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김 이사장은 한약재 제조업 및 도·소매업 등록조차 하지 않은 채로 한국인삼공사 등에 납품하는 기행을 벌였다. 또한 제조업 허가도 내지 않고 무허가로 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다 약사법 위반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으며 예산을 삭감당하자 이를 빌미로 정상 운영을 미뤘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초기 창업 실무 책임자들 대부분이 교체되었고, 대표이사를 견제·감시해야 하는 법인감사마저도 서울에 거주하는 등 부실 감사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었다.

사실상 비정상적인 대표 선임 과정에서부터 이미 사업은 쌓인 적자 폭으로 위험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후 한약재 유통은 적절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3번의 사업자 유치실패 끝에 2015년에 B사가 새로운 경영자가 됐다. B사는 사업과 별개로 브랜드 육성과 마케팅 지원, 약재 가공시설 건립 등의 명목으로 70억원이 넘는 보조금까지 받았음에도 홈페이지조차 없을 정도로 자체 유통 노력이 부족했고 가공시설 운영도 미비하다고 평가되었다. 결국 2021년 B사도 사업을 철회하게 된다.

화순군 보건소 관계자는 “B사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화순군에 갚아야 할 금액이 약 5억 원 정도 된다. 독촉도 해보고 압류를 비롯한 법적 절차까지 모두 진행 중이지만 B사 측과 는 일체의 연락조차 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화순에서 가장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밝혔지만 정작 구 군수는 취임 후 현장 방문조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민의 혈세 수십억이 투입된 이런 시급한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일체의 노력조차 없는 안일한 모습이다.

화순군은 이 시설을 한약재 창고로 사용할 경우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와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좋지 못한 결과만을 낳은 이번 사업을 재개할 다음 사업자를 찾는 데에는 큰 난항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