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이대로는 안된다!
유명정치인, 연예인 등 그들만의 기부놀음이 되지 않기를...
국민 모두가 기부하는 그날까지
국민 모두가 기부하는 그날까지
정성연 기자입력 : 2023. 02. 17(금) 11:50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고 한 달가량이 지났다.
올해 처음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국민의 관심이 크다. 새해가 되자마자 정치인들은 물론 연예인들까지 연달아 기부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더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경쟁을 부추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자고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게 우리의 미덕이였다면 지금의 행태는 이웃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보다는 마치 자신의 기부 소식을 하나라도 더 알리려는 듯 경쟁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말 그대로 나고 자란 고향 또는 마음의 고향에 지역발전기금을 기부할 수 있는 제도를 지칭한다. 고향사랑기부금의 모금·접수와 고향사랑기금의 관리·운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개인이 본인 주소지 이외의 지방 자치 단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 일정 금액을 지원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일정 답례품을 받는 제도로써 행정안전부에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지자체 조례에 따라서 올해부터 기부제가 본격 시행이 되고 있다.
주민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자치단체는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 지자체는 해당 기부금을 주민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다만 기부액은 연간 500만원으로 제한되며, 기부액 10만원까지는 전액(100%),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소득세 15% + 지방소득세 1.5%)를 세액에서 공제해준다.
답례품의 경우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지자체 관할 구역 안에서 생산·제조된 물품이나 통용되는 유가증권(지역사랑상품권 등) 등을 제공할 수 있는데, 다만 현금·귀금속류·일반적 유가증권 등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제외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를 벤치마킹 한 것이기는 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가 일본의 고향납세제도에 비해 개인의 기부를 장려하는 유인책이 약하다는 점이다. 즉, 일본 고향납세제는 기부의 규제·제한이 없고 기부금을 거의 전액 환급받는 반면 우리 고향사랑기부제는 유인책보다는 부작용 방지를 위한 규제·억제·징벌책 위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0만원 이상의 기부에 대해서는 기부자의 부담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가 일본의 고향세에 비해서 개인에게 더 한층 깊은 애향심을 요구하는 제도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고 염명배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했다.
이렇게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과연 성공적으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나 단체에서 모금하는 자의적인 기부문화가 아닌 국가에서 법으로 제정한 새로운 스타일의 기부제도라 할 수 있다. 법으로 제정된 이상 제도에 대한 추후의 평가가 뒤따를 것이다.
물론 이제 한 달가량 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하여 지방 재정 확보에 큰 기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우세하지만, 한편으론 그 효과가 미비할 거라는 예측도 난무한다.
아직까지는 매일 기부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은 성공적이다는 평가가 우세다. 하지만 개인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도입된 고향사랑 기부제의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과감한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로 가장 중요한 일반 국민의 사업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참여도다. 각종 언론 및 지자체 등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벌인 결과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지도는 예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서 알기는 하지만 기부 실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는 정치인들과 연예인 등 부유층과 유명인들만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마저도 그냥 지나가는 유행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우리가 평소에 어려운 이웃을 돕듯 자연스러운 기부 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칫 시작만 반짝하고 특권층만의 기부놀음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함께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고향사랑기부제법상 출향민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홍보 금지, 거주 지자체 및 법인 등 단체 기부 제한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역의 향우회, 동문회 등의 모임에서 기부를 권유하거나 독려를 할 수 없도록 하면서 법률상 주요 기부대상자들에게 대한 직접적인 홍보의 길이 막혔다. 모금 대상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으로 제한하면서 지역 내 기부 활성화 역시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공무원들의 모금 독려 금지로 인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화나 문자를 보낼 수도 없고 기부금액도 500만원까지만 가능해 이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공무원 모금 독려 금지 조항삭제, 기부금 상한액 기준 폐지를 위한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지나친 규제의 덫에 갇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 일상에 고향사랑기부제가 정착되기 위해선 보다 세부적이고 적극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답례품에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행 한달이 지났지만 서울 등 몇 곳의 지자체들은 아직까지도 답례품 선정도 못하고 있으며, 선정된 답례품 중에서도 신발, 목걸이, 인형, 반려동물 간식 등 몇 가지 답례품들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에 나주시의 나주배, 담양군은 떡갈비, 영광군은 굴비, 완도군은 활 전복, 강진군은 한우, 여수시는 갓김치, 광양시는 매실, 보성군은 키위와 꼬막, 곡성군은 흑돼지 삼겹살, 목포는 홍어와 민어, 고흥군은 분청도자기가 기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을만큼 기부자들을 만족시키는 우수 답례품들도 많은 상황이다.
물론 답례품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답례품으로 기부자를 유인하겠다는 일차원적인 태도는 기부자와 기부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월에 열린 ‘농촌 활성화를 위한 고향사랑기부제 정착 방안’ 토론회에서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제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부는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서도 한다”며 “따라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목적이 돼야 하다. 답례품도 (제도의) 중요한 요소지만, 답례품만을 강조한다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자체들은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우선 고민해야 하는데 기부금의 30% 내에 제공하는 답례품만을 강조하면 제도의 기본 취지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즉, 기부자는 고향의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내는 것이고, 지자체는 그 기부에 대한 고마움을 답례품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10만원을 기부하면 추가로 3만원의 답례품을 받는다는 식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려 한다면 이 제도는 형식적인 기부 문화를 만들뿐이다.
넷째, 시행 한달 간 모인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지자체들의 당면 과제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보호·육성,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기타 주민 복리 증진에만 사용될 수 있는데 각 지자체는 1년간 모일 기부금 규모를 가늠할 수 없어 이 기부금의 사용처를 한 곳도 정하지 못했다. 지자체들은 올해 하반기쯤에나 기부금이 사용될 사업을 확정, 올해 모인 금액을 내년 상반기부터 집행할 계획이다. 사실상 기부자들은 '고향발전'이라는 목적 외 실제 사용처를 모르고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부금 규모 확대를 위한 법안 개정도 시급하다. 현행법상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는 개인만 가능하기 때문에 법인들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전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얼마만큼의 기부금이 모일지 몰라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기부금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면서 "기부금이 많아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향 발전 기부에 동참하고 싶다는 법인들의 문의를 대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지자체 간 경쟁의 개념으로 다루는 것보다 기부 확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부금 모집 사이트인 '고향사랑e음' 자체에 대한 불편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특산물 쇼핑몰과 연동되지 않아 지자체 쇼핑몰의 포인트를 답례품으로 주더라도 이를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또 기부자가 고향사랑e음을 통해 선택한 답례품을 교환하거나 반품하길 원할 경우 이를 응대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담당 공무원이 직접 일일이 응대하는 수밖에 없다. 세부적으로 보면 특정 지역 수산물이 가공품 품목에 같이 등록됐거나 농산물 꾸러미세트에 농산물과 축산물 품목이 중복 등록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홈페이지 관리에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운영되는 점도 디지털 약자들에게는 장애물이다. 대면 접수 방식은 기부자가 농협 창구에서 기부금을 내면 직원이 대신 고향사랑e음에 등록해주는 방식이다. 이후 기부 포인트를 사용하려면 다시 농협 창구에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홍보와 지원을 뒷받침 삼아 기부금을 통해 본인의 연고지를 후원하고 그 고마움의 표시로 답례품을 받으면서 고향을 다시 떠올리고 응원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고향사랑기부제가 되기를 바란다.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경쟁을 부추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자고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게 우리의 미덕이였다면 지금의 행태는 이웃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보다는 마치 자신의 기부 소식을 하나라도 더 알리려는 듯 경쟁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말 그대로 나고 자란 고향 또는 마음의 고향에 지역발전기금을 기부할 수 있는 제도를 지칭한다. 고향사랑기부금의 모금·접수와 고향사랑기금의 관리·운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개인이 본인 주소지 이외의 지방 자치 단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 일정 금액을 지원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일정 답례품을 받는 제도로써 행정안전부에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지자체 조례에 따라서 올해부터 기부제가 본격 시행이 되고 있다.
주민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자치단체는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 지자체는 해당 기부금을 주민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다만 기부액은 연간 500만원으로 제한되며, 기부액 10만원까지는 전액(100%),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소득세 15% + 지방소득세 1.5%)를 세액에서 공제해준다.
답례품의 경우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지자체 관할 구역 안에서 생산·제조된 물품이나 통용되는 유가증권(지역사랑상품권 등) 등을 제공할 수 있는데, 다만 현금·귀금속류·일반적 유가증권 등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제외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를 벤치마킹 한 것이기는 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가 일본의 고향납세제도에 비해 개인의 기부를 장려하는 유인책이 약하다는 점이다. 즉, 일본 고향납세제는 기부의 규제·제한이 없고 기부금을 거의 전액 환급받는 반면 우리 고향사랑기부제는 유인책보다는 부작용 방지를 위한 규제·억제·징벌책 위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0만원 이상의 기부에 대해서는 기부자의 부담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가 일본의 고향세에 비해서 개인에게 더 한층 깊은 애향심을 요구하는 제도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고 염명배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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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과연 성공적으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나 단체에서 모금하는 자의적인 기부문화가 아닌 국가에서 법으로 제정한 새로운 스타일의 기부제도라 할 수 있다. 법으로 제정된 이상 제도에 대한 추후의 평가가 뒤따를 것이다.
물론 이제 한 달가량 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하여 지방 재정 확보에 큰 기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우세하지만, 한편으론 그 효과가 미비할 거라는 예측도 난무한다.
아직까지는 매일 기부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은 성공적이다는 평가가 우세다. 하지만 개인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도입된 고향사랑 기부제의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과감한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로 가장 중요한 일반 국민의 사업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참여도다. 각종 언론 및 지자체 등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벌인 결과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지도는 예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서 알기는 하지만 기부 실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는 정치인들과 연예인 등 부유층과 유명인들만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마저도 그냥 지나가는 유행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우리가 평소에 어려운 이웃을 돕듯 자연스러운 기부 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칫 시작만 반짝하고 특권층만의 기부놀음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함께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고향사랑기부제법상 출향민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홍보 금지, 거주 지자체 및 법인 등 단체 기부 제한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역의 향우회, 동문회 등의 모임에서 기부를 권유하거나 독려를 할 수 없도록 하면서 법률상 주요 기부대상자들에게 대한 직접적인 홍보의 길이 막혔다. 모금 대상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으로 제한하면서 지역 내 기부 활성화 역시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공무원들의 모금 독려 금지로 인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화나 문자를 보낼 수도 없고 기부금액도 500만원까지만 가능해 이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공무원 모금 독려 금지 조항삭제, 기부금 상한액 기준 폐지를 위한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지나친 규제의 덫에 갇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 일상에 고향사랑기부제가 정착되기 위해선 보다 세부적이고 적극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답례품에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행 한달이 지났지만 서울 등 몇 곳의 지자체들은 아직까지도 답례품 선정도 못하고 있으며, 선정된 답례품 중에서도 신발, 목걸이, 인형, 반려동물 간식 등 몇 가지 답례품들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에 나주시의 나주배, 담양군은 떡갈비, 영광군은 굴비, 완도군은 활 전복, 강진군은 한우, 여수시는 갓김치, 광양시는 매실, 보성군은 키위와 꼬막, 곡성군은 흑돼지 삼겹살, 목포는 홍어와 민어, 고흥군은 분청도자기가 기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을만큼 기부자들을 만족시키는 우수 답례품들도 많은 상황이다.
물론 답례품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답례품으로 기부자를 유인하겠다는 일차원적인 태도는 기부자와 기부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월에 열린 ‘농촌 활성화를 위한 고향사랑기부제 정착 방안’ 토론회에서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제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부는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서도 한다”며 “따라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목적이 돼야 하다. 답례품도 (제도의) 중요한 요소지만, 답례품만을 강조한다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자체들은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우선 고민해야 하는데 기부금의 30% 내에 제공하는 답례품만을 강조하면 제도의 기본 취지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즉, 기부자는 고향의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내는 것이고, 지자체는 그 기부에 대한 고마움을 답례품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10만원을 기부하면 추가로 3만원의 답례품을 받는다는 식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려 한다면 이 제도는 형식적인 기부 문화를 만들뿐이다.
넷째, 시행 한달 간 모인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지자체들의 당면 과제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보호·육성,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기타 주민 복리 증진에만 사용될 수 있는데 각 지자체는 1년간 모일 기부금 규모를 가늠할 수 없어 이 기부금의 사용처를 한 곳도 정하지 못했다. 지자체들은 올해 하반기쯤에나 기부금이 사용될 사업을 확정, 올해 모인 금액을 내년 상반기부터 집행할 계획이다. 사실상 기부자들은 '고향발전'이라는 목적 외 실제 사용처를 모르고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부금 규모 확대를 위한 법안 개정도 시급하다. 현행법상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는 개인만 가능하기 때문에 법인들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전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얼마만큼의 기부금이 모일지 몰라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기부금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면서 "기부금이 많아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향 발전 기부에 동참하고 싶다는 법인들의 문의를 대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지자체 간 경쟁의 개념으로 다루는 것보다 기부 확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부금 모집 사이트인 '고향사랑e음' 자체에 대한 불편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특산물 쇼핑몰과 연동되지 않아 지자체 쇼핑몰의 포인트를 답례품으로 주더라도 이를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또 기부자가 고향사랑e음을 통해 선택한 답례품을 교환하거나 반품하길 원할 경우 이를 응대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담당 공무원이 직접 일일이 응대하는 수밖에 없다. 세부적으로 보면 특정 지역 수산물이 가공품 품목에 같이 등록됐거나 농산물 꾸러미세트에 농산물과 축산물 품목이 중복 등록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홈페이지 관리에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운영되는 점도 디지털 약자들에게는 장애물이다. 대면 접수 방식은 기부자가 농협 창구에서 기부금을 내면 직원이 대신 고향사랑e음에 등록해주는 방식이다. 이후 기부 포인트를 사용하려면 다시 농협 창구에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홍보와 지원을 뒷받침 삼아 기부금을 통해 본인의 연고지를 후원하고 그 고마움의 표시로 답례품을 받으면서 고향을 다시 떠올리고 응원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고향사랑기부제가 되기를 바란다.
정성연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