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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SRF 열병합 발전소 사건의 경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에 전력과 열(난방)을 공급하기 위해 나주시에 건설된 SRF(고형폐기물) 열병합 발전소는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비닐 등 생활 폐기물로 만든 고체 재생연료인 SRF를 태워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말한다.

이 발전소는 한국난방공사가 2800억원을 들여 지난 2017년 12월에 완공하였지만 3년이 돼가도록 가동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혁신도시를 비롯 인근 지역 주민들은 SRF를 ‘쓰레기 연료’라며 이를 태울 경우 다이옥신 등 독성 물질이 배출될 우려가 있다며 가동을 반대하고 있고, 또 광주광역시의 쓰레기로 생산된 SRF를 들여와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두고 한국난방공사와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러한 갈등 해결을 위해 지난해 전남도, 나주시, 산자부, 한국난방공사 그리고 범시민대책위(주민 측) 등이 ‘나주 SRF발전소 민관협력 거버넌스 위원회(이하 거버넌스)’를 조직했다. 거버넌스는 수차례 진통 끝에 지난해 9월 26일 1단계 기본합의서를 도출했다.

합의서 내용은 시험가동을 통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보고서를 채택한 뒤, 주민 수용성 조사를 실시해 발전소 연료로 SRF와 LNG(액화천연가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2단계 부속합의서를 체결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주민 수용성 조사에 앞서, SRF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될 경우에는 한국난방공사의 손실을 보전할 방안을 먼저 마련하도록 하며, 1단계 합의서 체결 후 1년 이내에 부속합의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었다.

이후 발전소 시험가동과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고 지난 7월 9일 조사보고서 채택까지 마쳤다. 당시 환경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환경영향조사 전문위원회는 시민 참여 속에 열병합발전소를 3개월 간 시험 가동해 6개 분야 66개 항목에 대한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했고, 모두 법적 기준 이내인 것으로 확인한 조사 결과를 최종보고서로 채택했다.

또한 주민 수용성 조사는 7차례 실무협의를 거쳐 발전소 반경 5km내 법정 동리 3만 4000여 명(남평읍, 금천·산포·다도·봉황면, 영산·빛가람동)을 대상으로 주민투표 70%와 공론조사 30%로 진행하기로 미리 합의해 둔 상황이라고 전남도는 전했다.

하지만 이 모든 절차 진행을 위한 전제 조건인 손실보전방안 마련을 두고 기관간의 이견 차가 커 더는 진행되지 못했다. 당초 연료로 사용할 예정이던 SRF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한국난방공사가 입을 손실을 누가 얼마나 보전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1단계 기본합의서 채택 후 1년 시한(9월 25일)이 다가와 합의가 원천무효가 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달 23일 거버넌스는 손실보전 협상 시한을 오는 11월 30일까지 두 달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지만 앞으로의 합의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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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대책위 해산 및 탈퇴
신뢰 담보하지 못한 환경영향조사 논란

우선, 범시민대책위 집행부는 협상시한 연장 합의문에 ‘11월 30일까지 손실보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열 공급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재량에 맡긴다’는 표현이 기본합의서 내용에 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합의안 추인을 거부했다. 집행부의 추인 거부로 인해 합의서에 서명을 한 범대위 공동위원장는 사퇴했고, 결국에는 단체 해산과 거버넌스 탈퇴로 이어졌다.

한편 범시민대책위의 거버넌스 탈퇴에 앞서 진행된 환경영향조사가 반영구적으로 운영될 발전소의 위해성을 점검하는 것이 주된 목적임에도 유해 오염물질 검출을 위한 공식 측정작업(지난 4월 12일)은 고작 1회 뿐이었고, 이마저도 비가 오던 날을 전후로 진행됐으며, 배출시설(발전소)에서 나온 오염물질 농도 측정값과 방지시설을 설치한 후 최종적으로 배출된 측정값이 얼마인지를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필요했음에도 현장에선 배제됐다고 범대위는 밝혔다.

또한 ‘나주신도일반산업단지’,‘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공사’ 등 대기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주변 요인들과 나주 SRF가 들어선 시점을 전후해 발생한 환경적 변화를 서로 비교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의견 역시 한국난방공사 측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알렸다. 결국 신뢰성이 무너진 채 진행된 환경영향조사 ‘시험 및 본가동’은 논란만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자별로 보면 2월 3일 염화수소 수치가 9.71(기준치 10)까지 상승, SRF 투입이 정지됐다. 2월 4일에는 Drum 관련 이상으로 보일러 가동이 멈췄다. 2월 7일에는 염화수소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한 10.6까지 상승하면서 또다시 SRF 투입이 일시 중단됐다. 3월 29일에는 일산화탄소 배출 수치가 136.7을 기록했다. 일산화탄소의 경우 법적 기준 수치가 50임을 감안하면 약 2.5배 이상 높게 기록된 것. 당시 한국난방공사는 SRF 투입 정지 과정에서 센서 이상이란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5월 10일 측정 당시 일산화탄소 수치가 재차 199.82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 14차례나 발전소 가동 중단이 발생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우려한 오염 물질 배출이 법적 기준치를 넘어선 사례가 실제 증명된 꼴이었다.

이후 이 수치들은 한국난방공사에서 주장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전 항목에서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발표를 믿지 못하는 증거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난방공사 측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주SRF 배출물질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결과를 도출했고, 안정적인 설비 운영에 대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환경영향조사 보고서는 범대위측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수차례 전문위원회의 논의와 검증을 통해 전원합의로 ‘민·관협력 거버넌스위원회’에 제출돼 채택됐다”며 “결과에 대해 수용하기로 한 상호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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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여억원의 손실비용 추산”
광주시, SRF 생산시설 매몰 비용 책임 묻겠다!

한편 한국난방공사 측은 주민 수용성 조사에서 발전소 연료로 SRF가 아닌 LNG가 선택될 경우, SRF 발전설비 매몰 비용 1500억원을 포함, SRF를 생산해 발전소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광주 SRF 생산시설 매몰 비용, 향후 20년간 발전소 운영 손실 그리고 전남 3개 시에 건설한 전(前)처리시설 비용 등등을 포함해 손실 비용을 9000여억원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미가동할 경우 위의 손실액은 계약에 따라 나주시 등이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당초 나주시는 혁신도시조성에 따라 소각장, 매립장 등 폐기물 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SRF발전소 건립으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전남도와 나주시는 냉난방공급을 위해 2009년 3월 전남 6개 지자체,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참여하는 업무협력협의서를 체결했고,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이를 근거로 지난 2017년 12월 2800억원을 들여 발전소를 건설했다.

광주시는 당초 SRF시설과 함께 SRF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체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였으나, 환경부 방침에 따라 SRF시설만 건립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시관계자는 “나주열병합발전소를 건립하던 초기, 나주시가 광주 SRF가 있어야만 운영될 수 있는 나주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건축허가를 반려했다면, 광주시는 2014년 6월 다른 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했을 것고, 제3의 장소에 SRF를 공급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광주시는 광주시 SRF의 나주공급을 비롯해 모든 상황을 인지한 후 허가한 나주시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한국난방공사가 광주시의 SRF 공모에 참여한 것이 2013년이었으나, 나주시의 열병합발전소 건축허가는 2014년 5월에 이뤄졌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어 광주시는 “나주 SRF발전소 가동 여부는 운영 주체인 난방공사와 허가권자인 나주시가 결정할 사안이며, 광주는 발전소 가동 여부가 조기에 결정되길 희망한다”며 “광주시의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 합법적인 계약관계에 따라 시민의 세금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모든 법적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난방공사 황창화 사장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소송 진행관계로 재판부에서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서 나주시 또는 전남도에 대한 구상권 행사라든가 이런 것들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광주쓰레기 자원화 시설인) 청정빛고을㈜에 대한 손실보존 제외는 광주시에서 난방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보상 소송을 취하해주면 당연히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공을 광주시로 떠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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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
나주시, 광주SRF 생산 시설은 손실보상 대상 아냐!

이에 대해 나주시는 입장문을 통해 손실보전 범위에 ‘광주SRF 생산시설을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손실문제는 광주 내에서 쓰레기 소각을 하지 않고 이웃 도시로 떠넘기려는 광주시의 이기적인 쓰레기 정책과 난방공사의 무리한 사업추진이 빚은 사태에 대해 광주시와 난방공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나주시는 2009년 3월 환경부와 난방공사, 나주시 등 전남 6개 지자체가 체결한 업무협력 합의서를 근거로 “나주SRF열병합발전소는 전남지역(나주·목포·순천)에서 생산한 SRF만 사용하기로 협약을 체결했고, 광주시는 협약 대상 지자체가 아니었다”고 밝혔고, 2011년 9월 광주시의회 본회에서 광주시 환경생태국장과 모 시원 간의 질의응답이 담긴 속기록을 근거로 “합의서 체결에 참여하지 않은 광주시가 이후 2011년부터 광주SRF를 나주열병합발전소에 전량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환경생태국장 신 모씨는 “우리시(광주시)의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고형연료(가연성 생활쓰레기로 만든 성형 RDF) 발전시설 운영으로 행여 지역주민들께 건강상의 위해 요소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어 “(이러한 염려 때문에) 사업추진 과정상에서 난관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발전(소각)시설은 설치하지 않고 (고형연료)생산시설만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시 신 전국장의 발언내용에는 “(광주시 생활쓰레기로 만든) 고형연료를 인근 나주의 열병합발전소에 전량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에 광주시민의 환경오염 문제는 염려의 날줄과 씨줄을 풀어놓으셔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발언한 부분이 있었고, 해당 발언에 대해 모 시의원은 “신 국장이 상당히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면 광주광역시 공무원이니까 광주 시민은 그로 인해서 피해를 안보면 되고 인근에 나주혁신도시 사람들은 피해를 봐도 된다는 말입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문제는 신 전 국장의 계획대로 광주시는 이후 지난 2014년 6월 난방공사 등과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실시계획 승인을 통해 2018년 6월 광주 남구 양과동 쓰레기 매립지 인근에 소각로와 발전시설을 제외한 ‘청정빛고을㈜’라는 SRF(생활쓰레기 고형폐기물 연료) 생산시설만 준공하게 된다.

이 법인사업장은 광주시(25%), 한국지역난방공사(16.6%), 포스코건설(5.6%), KB광주SRF시설사모특별자산투자(49.1%)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나주시는 “광주시는 당시 나주시가 보낸 ‘광주SRF 반입 반대’ 공문을 통해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SRF수요처에 문제가 있음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사업을 강행했다”고 비판했고, 이러한 일련의 사실 관계를 근거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광주SRF 연료화 시설을 손실보전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편 이 지역(나주·화순)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까지 가세해 나주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 의원 역시 “남의 지역 쓰레기를 받는 것도 부당한데 처리비용까지 전가돼 판매되고 그 비용을 나주시민이 부담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며 “쓰레기 발생지 책임처리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정책의 설계에서 실패한 정책이 주민에게 전가되고 있고, 현행법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쓰레기를 연료화하면서 ‘주민수용성’이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정책의 실패”라고 꼬집으며 중앙정부에도 그 책임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