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의회가 빙하기에 빠졌다. ‘의장 불신임’ 관련, 당사자인 김 의장과 해당 의원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상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사태가 ‘정치적 힘겨루기’가 아닌, 잘못된 의장 권력을 막는 민주 정치라는 의견도 나오며 지역 정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 정치 싸움일까, 민주적 절차일까
당내 주류·비주류 간의 계파 갈등.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권 전반의 시각이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민주적인 정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당 정치’를 넘어, 잘못되고 부조리한 사안이라면 같은 당이라도 불신임할 수 있는 것이 민주정치라는 얘기다. ‘불신임 결의안’이 법적으로 하자 없는 행위라면, 꼭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막강했던 의장 권력에 대한 적절한 견제구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법이나 자치법규 등에 따라 의회대표권, 의사정리권, 질서유지권, 의회사무 처리 및 감독권 등, 자치단체장에 이은 두 번째 서열로 공식 의전을 받는 게 의장의 힘이다. 실제로, 결의안에 동의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라남도의회 회의규칙’ 개정에 나서 의장의 ‘제왕적 권한’을 탈피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에 모 도의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파 갈등으로 보는 것은 1차원적인 발상이다. 아무리 같은 당일지라도 잘못된 사안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불신임 결의안은 순전히 행위에 대한 문제로, 계파 간 힘겨루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 “수습 중이다” VS “수습? 전화 한 통이 끝”
한편 김 의장 측은 사태를 수습하는 데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김 의장은 “사건이 일어난 뒤, 계속해서 다른 의원과 통화를 시도하고 만남을 가지며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는 일이 잘 풀리기만을 바라고 그동안 많이 만나고 할 말도 다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의안을 제출한 의원 일부가 이같은 의견에 반발하며 김 의장과 정면으로 맞섰다. 모 의원은 “의장 쪽에선 수습을 하고 다닌다지만 애초에 전화 한통이 전부”라며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의장 불신임이란 게 수습한다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김 의장 측은 일단 도민들 상대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김 의장 정치력, 이제부터가 ‘시험대’다
일각에선 장성군수 출마를 염두에 둔 김 의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지역 행사를 통해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등, 그간 도의장 직은 차기 지방선거에서 커다란 경쟁력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마냥 플러스 요인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한 초선 도의원은 “현재 유두석 장성군수는 3선이어서 다음 군수선거에 대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며 “김 의장 역시 공공연히 차기 군수로 거론되는 만큼, 이번 사태를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에 따라 내년 선거의 지형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21일, 전남도의회 소속 의원 15명은 김한종 도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들은 김 의장과 같은 민주당 소속 14명 민생당 1명으로 구성돼, 자당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으로 전국적인 화제가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