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민중미술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해요. 이 시대가 현상이 변했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통일문제나 반외세 문제에 대해서는 말이죠. 요즘에는 일관성 있는 꾸준한 작업이라며 응원하고 좋아보인다고 하는 사람도 생기네요.”

민중미술. 1980년대 사회운동이 활발하던 때를 기점으로 등장한 미술 흐름의 한 형태이다.

이상호 작가는 민중미술의 길을 40여 년간 걸어왔다. 1960년 광주 출생인 이 작가는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된 최초의 예술가이기도하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극심한 고문을 당하고, 정신적 후유증으로 인해 오랜 기간 고통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예술로 정치적 투쟁을 이어왔다.

▶ 40여년간 시대 담은 ‘민중 미술’의 길 걷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군부 독재를 비판해 왔다. 조선대학교 재학 시절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하다가 경찰로부터 모진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그도 ‘그림’이라는 무기를 들었다. 시위 현장에 쓰이는 걸개그림과 만장을 그리며 군사정권과 맞서 투쟁했다.

1987년에는 동료들과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투옥 당시 극악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질환이 찾아왔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6년 동안이나 병원신세를 면치 못했다.

“국가 폭력을 통해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렇게 살아온 대학생이 나뿐만이 아니었거든요”

출소 후에도 이상호 작가는 '망월동 걸개그림전‘ , '민족해방운동사 걸개그림 전국순회전‘ '한국민중판화 모음전' 등을 개최했다.



▶ 화제의 중심, ‘일제를 빛낸 사람들’

"역사적으로 청산하지 못한 일을 그림으로라도 청산하고자 했습니다. 대표적인 친일파 92명을 그려 일일이 포승줄로 묶고 수갑을 채워 역사의 죄인임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제 13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일제를 빛낸 사람들’이 화제다. 이 작품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 92명을 선정하여 포승줄에 묶고, 수갑을 채워 단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각 인물 옆에는 죄악상이 적어져 있어 예술적, 역사적으로 비판을 시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민족문제연구소광주지부와 협업, 1년 동안 작가의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작품이다. 고문 트라우마로 아직까지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친일파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메스꺼움이 가슴에서 튀어나와 고통스러웠다는 그는 "모진 고문을 이겨내고 목숨마저 바쳤던 독립지사들을 떠올리며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민중 미술에 전념한 40년의 활동을 한눈에 확인 할 수 있는 역작이라는 평을 받는 이 작품은 최근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되었다.

작가는 "그림 속의 그들은 영원한 역사의 죄인입니다. 그래서 예술의 힘이 무섭다는 것입니다"라며 "제 그림을 통해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민족정신을 함양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호 화가 약력

1960 광주생 1989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5 역사의 길목에 서서 (DS갤러리, 광주) 2018 연필로 그린 부처님 이야기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광주)

단체전

1985 무안장터 걸개판화展 1986 풍자와 해학전 (서울 그림마당 민) 젊은 세대에 의한 신선한 발언전 (서울 그림마당 민) 1987 반고문전 (전국순회) 통일전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 전정호와 걸개그림 공동작 (전국순회) - 국가보안법 구속사건(1987. 9) 1988 한국민중판화 모음전 (서울 그림마당 민) 1989 민족해방운동사 걸개그림 (전국순회) 1992 민중, 삶, 투쟁전 (광주 인재미술관) 1994 민중미술 15년전 (국립현대미술관)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전 (광주민속박물관) 1995 해방 50년 역사미술전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전 (광주 가톨릭갤러리)

통일미술전 (망월동 묘역) 민족미술전 (서울시립미술관) 1998 불교미술대전 (서울 공평아트센터) 2000 우리시대 탱화 2인전 (광주 궁동미술관, 서울 도올갤러리) 제3회 광주비엔날레 “인권과 예술”전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민중항쟁 20주년 5월판화전 (전남대 박물관) 2005 광주의 기억과 동아시아의 평화전 (일본 교토 시립미술관) 민족미술의 논리와 전망전 (목포 문화예술회관)

2006 한국당대미술전 (국립대만미술관, 타이페이 예술대학 관뚜미술관) 6ㆍ15공동선언 6주년기념 민족통일전 (금남로 구도청 전시실) Jalla전 (동경 동경도미술관) 2007 아시아의 지금전 (서울 쌈지 스페이스, 베이징 아라리요갤러리) 판화정신전 (광주시립미술관) 2008 광주정신의 우표와 엽서전 (대인시장 프로젝트) 저항과 평화의 바다 (제주 마라도평화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 20주년 기념전 (서울 모란갤러리) 2010 광주민중항쟁 30주년기념전 (광주 금호갤러리) 2013 오월 1980년대 광주민중미술 (광주시립미술관) 2014 - 2015 망월동 걸개그림전 (망월동 구묘역 일대) 2015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 개관 기념 기획전 ‘역사의 江’은 누구를 보는가?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 2017 망월동 걸개그림전 (망월동 구묘역 일대) 6월항쟁 30주년 기념 이상호ㆍ전정호 ‘응답하라 1987’ (광주시립미술관)이상호ㆍ노주일 소묘 2인전 (광주 원갤러리) 제 13회 광주비엔날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