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가 상사 갑질논란에 이어 보복성 인사로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코로나19 전국 확진자가 1천명이 넘는 상황에서 방역 최일선에 있는 나주시보건소 간부급 공무원들이 대거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 5월 13일 터진 갑질 논란에서 시작됐다. 전국공무원노조 나주시지부(이하 나주지부) 홈페이지에 보건소 직원이 직장 상사의 괴롭힘(갑질) 피해를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나주시는 보건소가 갑질논란으로 말썽이 생기자 지난 7월 1일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일선에서 묵묵히 일했던 보건소 팀장급(6급) 11명 전원에 대해 공동책임을 물어 전격 교체하며 문책성 인사조치를 했다.

7일 나주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승진한번 해 볼려고, 코로나19로 현장에서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일했는데 좌천이라뇨~”, "지난해 7월 보직 받아 코로나보다 '상사 갑질'에 너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인사까지 두번 죽이네요. 참을 수 없어 호소합니다", "갑질 가해자는 면·동장으로 보내고 피해자 11명을 보건지소로 보내는 징계성 전보조치는 시장이 2차 가해조치를 한 인사다" 등 비난성 글로 뒤덮혔다.

정년퇴직을 6개월 앞둔 보건소장(4급)은 시의회로, 과장 2명은 면장과 동장으로 옮겼다. 하지만 11개 부서 팀장은 보직없는 보건지소로 좌천되면서 직원 간 불협화음이 극에 달하고 코로나19 방역까지 사실상 마비됐다.

이처럼, 보건소 팀장급 공무원들이 대거 자리를 옮기면서 보건소는 방역 비전문가인 행정직이 자리를 채우게 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다보니 현재 코로나 방역업무를 경험이 전혀 없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담당하면서 현장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나주시에서 하룻만에 확진자 4명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어, 이번 인사로 1년 6개월 동안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실무팀장들이 전원 물갈이 되며 방역시스템이 무력화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같은 인사조치에 대해 일부 보건직 직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한데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준비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보건소 팀장 A씨는 상사 ‘갑질’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코로나19로 업무가 많아 야근을 하고 출근한 이 직원은 책상에 앉기도 전에 '수고했다'는 격려가 아닌 꾸증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직원 B씨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실이나 옥상으로 불려나가 수시간씩 훈계를 들어야 했고, 점심 시간에는 자신은 투명인이고 옆의 동료만 데리고 나가는 왕따도 당했다”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으로 승진을 준비했던 C씨는 "지난해말 코로나19 인데도 상사의 술자리 요구에 5명이 자리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멸시와 비난뿐이었다"면서 “직원들 앞에서 면박을 줘 자존심이 몹시 상해 눈물도 흘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나주시 보건소

이에 대해 정찬균 나주부시장은 “보건소 갑질논란으로 간부 3명에 대해 전남도에 징계를 요구했다”며 “이번 사태를 놓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 것은 맞지만 추후 회복시킬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나주시는 코로나19 상황이 1년 6개월째 지속되면서 직원들의 누적된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방역대책 상황실은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선별진료소에는 한시적으로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는 한편, 예방접종센터에는 희망일자리, 자원봉사자, 동신대 간호학과 학생 등과 연계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