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고장 난 광주과기원(GIST)
국정감사서 임금 미지급에 스톡옵션 부당취급 논란
남은 연구비 마음대로 쓰는 잔고 계정도 최다
제도 정비와 낮은 청렴도 개선필요
남은 연구비 마음대로 쓰는 잔고 계정도 최다
제도 정비와 낮은 청렴도 개선필요
임창균 기자입력 : 2021. 10. 27(수) 08:03
캠퍼스 전경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각종 논란에 뭇매를 맞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이하 광주과기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이공계중심 연구대학으로, 과학기술을 선도해나갈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통상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GISTㆍ지스트),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4대 과학기술원으로 불리는데, 문제는 이러한 과학기술원들이 잦은 학내 비리와 일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국민권익위가 밝힌 청렴도 평가에서 4대 과학기술원은 평균 7.26점을 받아, 전국 35개 국공립대학 평균 7.79점 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광주과기원의 경우 15년부터 19년까지 가장 낮은 5등급을 평가받았다. 이에 4대 과학기술원은 자체적으로 결의대회를 개최하여 의지를 다졌으나,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광주과기원의 여러 문제가 밝혀지면서 때늦은 다짐이 아니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 방송통신위원회가 과기부 산하 출연연구원에 대해 국정감사를 벌인 결과, 광주과기원에선 임금미지급과 스톡옵션 부당취급, 잔고계정에 대한 문제점이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경기 고양시을)은 광주과기원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수십 건에 이르며 이 때문에 미지급된 임금이 약 2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1만6198시간의 연장근로가 발생했으나, 광주과기원은 단 한 번도 휴일 및 야간근로수당을 책정한 적이 없었다. 특히 계약직의 경우 정산시스템에 취합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정필모 의원(비례)은 광주과기원내 과학기술응용연구단 기술사업화센터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부당취급했다고 밝혔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주식값이 오르면 차익을 볼 수 있게 하는 보상제도다. 직원 A씨는 지난 2017년 9월, 교원창업기업(대학 내 기술을 통해 교원이 만든 기업)인 Q업체의 기술 이전 협상을 주도한 뒤, 업체로부터 스톡옵션 1만6300주를 받았다. 다른 직원 B씨는 본인이 심사한 기업에서 스톡옵션을 받고 지난 3월 해당 업체로 이직했다.
또한 Q업체는 창업 지원을 총괄한 과학기술응용연구단 단장 C교수가 대표로 있으며, A직원의 일을 알고서도 의원실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C교수는 단장 자리에서 해임된 상태다. A씨 역시 지난 5월 스톡옵션이 없다는 확약서를 의원실에 제출해놓고, 이후 업체에 스톡옵션 포기각서 처리를 종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필모 의원은 “담당자들이 기술 이전으로 스톡옵션을 받고 있음에도 학교에는 이를 점검할 관지침이나 금지규정이 전혀 없었다”며 “다른 과기원에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과학기술원이 운용하고 있는 잔고 계정이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 갑)은 4개 과학기술원의 잔고계정에 40억원이 넘는 연구비 잔액이 있으며, 이를 회의비나 출장비 등으로 사용한 점을 지적했다. 잔고계정은 민간 위탁 과제 종료후 남은 연구비를 교수 개인별 통장에 적립하여, 기간제한 없이 사용하는 정체불명의 제도다. ‘개인연구지원비’, ‘산업체 재투자 통합과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위해 필요 할수 있으나, 연구 윤리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도다. 연구 책임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카이스트를 제외한 3개 과기원의 잔고계정에 40억 5천만 원이 있으며, 이중 광주과기원은 잔고계정만 160개, 금액만 26억 1500만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심지어 2019년엔 퇴직자의 잔고계정 사용까지 허용하여 논란이 일었는데, 정년을 앞둔 총장의 노후대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미 카이스트는 연구윤리 저해와 위법 소지를 이유로 폐지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광주과기원의 잔고계정 사용은 더욱 씁쓸함을 안겨준다. 조승래 의원은 "연구비 집행잔액을 관리하는 방법이 기관 별로 제각각이고 일부 기관에서는 연구윤리 저해 우려가 있는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며 "연구비가 연구비답게, 연구자의 연구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과기원이 이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과제다. 광주과기원을 이끌어 나가야 할 김기선 총장이 최근 7개월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데다 이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두 번의 해임과 가처분 신청 끝에 지난 12일 직무에 복귀했다. 김총장은 지난 3월 이사회에서 해임됐으나, 해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며 복귀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지난 12일에서야 복귀한 것이다. 잔고계정 규칙을 완화한 일로 의혹을 받은 데다 최근 200여 일간 자리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김총장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다. 광주과기원이 지역의 자랑스런 연구기관으로 재도약 하기 위해, 김총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광주과학기술원(이하 광주과기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이공계중심 연구대학으로, 과학기술을 선도해나갈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통상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GISTㆍ지스트),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4대 과학기술원으로 불리는데, 문제는 이러한 과학기술원들이 잦은 학내 비리와 일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국민권익위가 밝힌 청렴도 평가에서 4대 과학기술원은 평균 7.26점을 받아, 전국 35개 국공립대학 평균 7.79점 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광주과기원의 경우 15년부터 19년까지 가장 낮은 5등급을 평가받았다. 이에 4대 과학기술원은 자체적으로 결의대회를 개최하여 의지를 다졌으나,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광주과기원의 여러 문제가 밝혀지면서 때늦은 다짐이 아니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 방송통신위원회가 과기부 산하 출연연구원에 대해 국정감사를 벌인 결과, 광주과기원에선 임금미지급과 스톡옵션 부당취급, 잔고계정에 대한 문제점이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경기 고양시을)은 광주과기원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수십 건에 이르며 이 때문에 미지급된 임금이 약 2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1만6198시간의 연장근로가 발생했으나, 광주과기원은 단 한 번도 휴일 및 야간근로수당을 책정한 적이 없었다. 특히 계약직의 경우 정산시스템에 취합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정필모 의원(비례)은 광주과기원내 과학기술응용연구단 기술사업화센터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부당취급했다고 밝혔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주식값이 오르면 차익을 볼 수 있게 하는 보상제도다. 직원 A씨는 지난 2017년 9월, 교원창업기업(대학 내 기술을 통해 교원이 만든 기업)인 Q업체의 기술 이전 협상을 주도한 뒤, 업체로부터 스톡옵션 1만6300주를 받았다. 다른 직원 B씨는 본인이 심사한 기업에서 스톡옵션을 받고 지난 3월 해당 업체로 이직했다.
또한 Q업체는 창업 지원을 총괄한 과학기술응용연구단 단장 C교수가 대표로 있으며, A직원의 일을 알고서도 의원실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C교수는 단장 자리에서 해임된 상태다. A씨 역시 지난 5월 스톡옵션이 없다는 확약서를 의원실에 제출해놓고, 이후 업체에 스톡옵션 포기각서 처리를 종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필모 의원은 “담당자들이 기술 이전으로 스톡옵션을 받고 있음에도 학교에는 이를 점검할 관지침이나 금지규정이 전혀 없었다”며 “다른 과기원에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과학기술원이 운용하고 있는 잔고 계정이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 갑)은 4개 과학기술원의 잔고계정에 40억원이 넘는 연구비 잔액이 있으며, 이를 회의비나 출장비 등으로 사용한 점을 지적했다. 잔고계정은 민간 위탁 과제 종료후 남은 연구비를 교수 개인별 통장에 적립하여, 기간제한 없이 사용하는 정체불명의 제도다. ‘개인연구지원비’, ‘산업체 재투자 통합과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위해 필요 할수 있으나, 연구 윤리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도다. 연구 책임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카이스트를 제외한 3개 과기원의 잔고계정에 40억 5천만 원이 있으며, 이중 광주과기원은 잔고계정만 160개, 금액만 26억 1500만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심지어 2019년엔 퇴직자의 잔고계정 사용까지 허용하여 논란이 일었는데, 정년을 앞둔 총장의 노후대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미 카이스트는 연구윤리 저해와 위법 소지를 이유로 폐지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광주과기원의 잔고계정 사용은 더욱 씁쓸함을 안겨준다. 조승래 의원은 "연구비 집행잔액을 관리하는 방법이 기관 별로 제각각이고 일부 기관에서는 연구윤리 저해 우려가 있는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며 "연구비가 연구비답게, 연구자의 연구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과기원이 이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과제다. 광주과기원을 이끌어 나가야 할 김기선 총장이 최근 7개월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데다 이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두 번의 해임과 가처분 신청 끝에 지난 12일 직무에 복귀했다. 김총장은 지난 3월 이사회에서 해임됐으나, 해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며 복귀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지난 12일에서야 복귀한 것이다. 잔고계정 규칙을 완화한 일로 의혹을 받은 데다 최근 200여 일간 자리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김총장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다. 광주과기원이 지역의 자랑스런 연구기관으로 재도약 하기 위해, 김총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임창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