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가슴을 훔친 화가, 진양욱!
박준호 기자입력 : 2021. 11. 22(월) 07:55
진양욱, 숲속(In-forest), 1984, oil on canvas, 50×60.6cm
그의 삶과 예술
진양욱(晉良旭) 화백은 조선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자신의 그림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스승을 차례로 만난다. 바로 남도 서양화가 1세대인 오지호(吳之湖), 임직순(任直淳) 화백이다. 오지호 화백으로부터 데생(Dessin)에 기반한 사실주의를, 임직순 화백에게 자유로운 색채주의를 배워 구상성 있는 색채화라는 독특한 화풍을 갖게 된 진양욱은 이후 약 30년이라는 작업 기간 동안 색채연구에 더욱 몰두해 나간다. 자연과 풍경의 모습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2차원적으로 단순화함으로써 감각적인 화면구조를 성립시킴과 동시에 다채로운 색채의 울림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마치 교향악처럼 색채의 울림과 황홀감을 자아낸다.
진 화백은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여 작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풍경을 그렸던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원근(遠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은 색면(色面)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색은 노랑, 주황, 파랑, 초록으로 이런 색깔들을 각각 하나의 대상을 나타내는 작은 면들로 분할하여 그 속에 칠해 넣는다. 작게 분할된 면 속에 각각의 색이 채워지고, 그 주변은 검정색으로 둘러쳐져 있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를 보는 듯하다.
에피소드(Episode)
오지호 선생이 서울에서 임직순 선생을 조선대학교 교수로 초빙해 올 때의 이야기다. 임직순 선생이 밀린 사글세 방 값을 낼 수 없어 광주로 내려갈 수 없다고 했다. 오지호 선생은 진양욱을 불러 학교에서 마련한 돈을 주며 서울에 가서 임 선생의 방 값을 치르고 오라고 했단다. 이에 진양욱은 치안이 불안했던 시절에 팬티 속에 주머니를 달아 큰 돈을 넣어갔다. 이를 보고 감동한 임 선생은 조선대로 옮겨왔고, 이후 임 선생 왈 “세상에서 다 못 믿어도 진양욱만은 믿는다”고 했단다. (황영성 화백의 회고)
신의 가슴을 훔친 화가
위에 소개된 '숲속' 작품을 감상해 보자. 녹색과 청색이 조화롭게 섞이면서 만들어진 녹음(綠陰)의 숲속 풍경! 하늘에는 두둥실 노란구름이 떠다니며 환상의 세계에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용(龍)의 형상을 한 구름이 산자락을 휘감고 넘어오는 자태(姿態)는 동시에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분명 하늘에는 노란구름이 떠 있지만 산자락을 넘어오는 구름색이 하늘의 배경색인 연두색이라 좀 의아하다. 세밀하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작가가 의도적으로 숨겨 놓은 모순되면서 재미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또한 산중턱에 위치한 계단식 논밭의 모습과 아치형(Arch形) 다리길 너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알록달록한 집들은 평화롭고 정겨운 우리네 산촌마을을 연상케 한다.
기법적인 면에서는 색면과 경계선을 ‘스펀지’(sponge)로 터치하듯 부드럽게 처리하고, 원근이 없는 2차원적 화면구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녹색과 파란색이 절반씩 섞여있는 산자락을 응시하면서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면 산은 거짓말처럼 전체가 파란색으로 변해 보인다. 작가는 색의 변화를 통해 원근 없는 2차원적 평면 속에서 마법처럼 원근(遠近)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같이 화려한 색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함과 동시에 색의 변화로 마술을 부리는 진 화백을 사람들은 "신의 가슴을 훔친 색채화가(the color painter who has stolen the heart of God)"라 부른다. 본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자신이 작가가 초대한 유토피아적(Utopia的) 숲속 세계에 와 있는 듯하다.
그립고 그립다
미국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서 유학하며 수없는 노력 끝에 자기만의 화풍을 일구어낸 진 화백은 1984년 서울 예화랑에서 전시를 열었다.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 인상주의 화풍을 보여줌과 동시에 스펀지를 이용한 과감한 시도로 그의 전시회는 모든 관람객이 열광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시 직후 진 화백은 시쳇말로 완판 작가가 되어 그 덕분에 원하던 새 자동차도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의 가슴을 훔친 대가였을까? 진 화백은 그 새 차를 운전하고 가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나고 만다. 독특한 화풍으로 호남화단과 한국 미술계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긴 그가 요즘 더욱 그립고 그립다.
[작가 프로필]
진양욱(1932~1984)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학사 및 동대학원 수료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미술학과 교수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전라남도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전라남도 문화상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입선 총13회, 특선1회
진양욱(晉良旭) 화백은 조선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자신의 그림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스승을 차례로 만난다. 바로 남도 서양화가 1세대인 오지호(吳之湖), 임직순(任直淳) 화백이다. 오지호 화백으로부터 데생(Dessin)에 기반한 사실주의를, 임직순 화백에게 자유로운 색채주의를 배워 구상성 있는 색채화라는 독특한 화풍을 갖게 된 진양욱은 이후 약 30년이라는 작업 기간 동안 색채연구에 더욱 몰두해 나간다. 자연과 풍경의 모습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2차원적으로 단순화함으로써 감각적인 화면구조를 성립시킴과 동시에 다채로운 색채의 울림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마치 교향악처럼 색채의 울림과 황홀감을 자아낸다.
진 화백은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여 작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풍경을 그렸던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원근(遠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은 색면(色面)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색은 노랑, 주황, 파랑, 초록으로 이런 색깔들을 각각 하나의 대상을 나타내는 작은 면들로 분할하여 그 속에 칠해 넣는다. 작게 분할된 면 속에 각각의 색이 채워지고, 그 주변은 검정색으로 둘러쳐져 있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를 보는 듯하다.
에피소드(Episode)
오지호 선생이 서울에서 임직순 선생을 조선대학교 교수로 초빙해 올 때의 이야기다. 임직순 선생이 밀린 사글세 방 값을 낼 수 없어 광주로 내려갈 수 없다고 했다. 오지호 선생은 진양욱을 불러 학교에서 마련한 돈을 주며 서울에 가서 임 선생의 방 값을 치르고 오라고 했단다. 이에 진양욱은 치안이 불안했던 시절에 팬티 속에 주머니를 달아 큰 돈을 넣어갔다. 이를 보고 감동한 임 선생은 조선대로 옮겨왔고, 이후 임 선생 왈 “세상에서 다 못 믿어도 진양욱만은 믿는다”고 했단다. (황영성 화백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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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욱, 산마을(Mountain Village), 1981, oil on canvas, 53×65.1cm |
신의 가슴을 훔친 화가
위에 소개된 '숲속' 작품을 감상해 보자. 녹색과 청색이 조화롭게 섞이면서 만들어진 녹음(綠陰)의 숲속 풍경! 하늘에는 두둥실 노란구름이 떠다니며 환상의 세계에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용(龍)의 형상을 한 구름이 산자락을 휘감고 넘어오는 자태(姿態)는 동시에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분명 하늘에는 노란구름이 떠 있지만 산자락을 넘어오는 구름색이 하늘의 배경색인 연두색이라 좀 의아하다. 세밀하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작가가 의도적으로 숨겨 놓은 모순되면서 재미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또한 산중턱에 위치한 계단식 논밭의 모습과 아치형(Arch形) 다리길 너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알록달록한 집들은 평화롭고 정겨운 우리네 산촌마을을 연상케 한다.
기법적인 면에서는 색면과 경계선을 ‘스펀지’(sponge)로 터치하듯 부드럽게 처리하고, 원근이 없는 2차원적 화면구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녹색과 파란색이 절반씩 섞여있는 산자락을 응시하면서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면 산은 거짓말처럼 전체가 파란색으로 변해 보인다. 작가는 색의 변화를 통해 원근 없는 2차원적 평면 속에서 마법처럼 원근(遠近)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같이 화려한 색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함과 동시에 색의 변화로 마술을 부리는 진 화백을 사람들은 "신의 가슴을 훔친 색채화가(the color painter who has stolen the heart of God)"라 부른다. 본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자신이 작가가 초대한 유토피아적(Utopia的) 숲속 세계에 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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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욱, 추경(秋景), 1974, oil on canvas, 45.5×53cm |
그립고 그립다
미국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서 유학하며 수없는 노력 끝에 자기만의 화풍을 일구어낸 진 화백은 1984년 서울 예화랑에서 전시를 열었다.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 인상주의 화풍을 보여줌과 동시에 스펀지를 이용한 과감한 시도로 그의 전시회는 모든 관람객이 열광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시 직후 진 화백은 시쳇말로 완판 작가가 되어 그 덕분에 원하던 새 자동차도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의 가슴을 훔친 대가였을까? 진 화백은 그 새 차를 운전하고 가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나고 만다. 독특한 화풍으로 호남화단과 한국 미술계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긴 그가 요즘 더욱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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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욱 화백 |
[작가 프로필]
진양욱(1932~1984)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학사 및 동대학원 수료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미술학과 교수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전라남도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전라남도 문화상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입선 총13회, 특선1회
박준호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