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빚은 조형물이 알고 보니 모방작?
진도 첨찰산운림명승지구 붓 조형물, 유사 형태 많아
독창성 없는 조형물, 지역 관광지 알리는데 적절한가.
독창성 없는 조형물, 지역 관광지 알리는데 적절한가.
김지민 기자입력 : 2021. 12. 06(월) 11:08
진도에 위치한 붓 조형물이 다른 지역에 있는 조형물과 유사한 점이 많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진도군은 저작권 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지만, 지역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드는데 지자체가 별다른 고민 없이 예산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진도군은 첨찰산 운림명승지구(이하 명승지구)로 들어가는 입구에 아치 조형물을 짓는 것과 동시에 붓 조형물을 만들었다. 진도군은 지역 특색에 맞춰 붓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과거 다른 지역에서 ‘모방 논란’이 일었던 조형물과 유사성이 상당히 많다. 붓 끝부분을 구부려 세운 형태가 여러 조형물에서 발견된다.
최초 붓 조형물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09년에 발생했다. 2007년 서울 인사동에 붓 조형물이 만들어졌는데, 2009년 화순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에도 비슷한 형태의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서로 다른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이었으나, 그 형태가 유사하여 당시 화순군의회 문행주 의원이 모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의혹을 제기한 문 의원은 “공모 제작이 아니라 절차를 무시해 특정인에게 수의계약으로 작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했으며 “타 지역의 조형물을 모방한 작품이 지역을 상징할 수 있겠냐”는 의견을 밝혔다. 화순군은 작품의 모방이나 표절 여부는 해당 작가들이 가려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두 작가는 누가 먼저 작품을 제작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결국 표절 시비로까지 번지지 않고 사태는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이후 해당 논란이 잦아들고 나서부터 각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유사한 형태의 붓 조형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진도 명승지구의 붓 조형물도 이와 마찬가지다.
명승지구 붓 조형물을 만든 업체 관계자는 붓 디자인에 대해서 “서울 및 다른 여러 장소의 붓 디자인을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밝혔다. 붓 조형물의 저작권에 대해선 “디자인이나 예술 작품의 경우 모방과 저작권이라는 단계가 모호하다. 다만, 업체에서 직접 디자인하여 제작을 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저작권 문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붓 조형물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명승지구는 조선후기 서화가 허련 선생이 활동했던 곳이기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붓 조형물을 올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조형물을 올리는 과정이 기념비적인 내용으로 치부되기에는 다소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날 지자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 또한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조형물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전보다 다양한 전시물들을 내놓기 때문에 그에 따른 독창성 또한 중요하다. 진도군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판단함에 있어서 과거사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거나 작품 자체에 대한 독창성의 중요성을 여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강원도 태백시에도 있다. 태백시 또한 관광객들을 위해 여러 조형물을 설치를 했으나 작품 ‘단풍향기 나빌레라’라는 작품이 과거 서울 서대문우체국 설치 작품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어 문제가 불거졌다. 모방품이라 알려진 작품에 대해 태백시는 최초 작품에서 일부를 변형시켜 설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만의 여론이 적지 않았다.
태백시의 조형물에 대해 일부 예술가들은 “다른 지역에 설치된 유사 모방작품을 조형물로 설치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조형물 또한 예술품으로 순수한 창작물이어야 하는데, 모방작품을 설치하게 된다면 해당 조형물의 예술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진도군 붓 조형물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조형물이 존재하는데, 대구 남평문씨 본리세거지에 위치한 붓 조형물이다. 두 조형물은 세워진 형태와 세부 디자인마저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대구의 붓 조형물 역시 만들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문익점 선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붓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붓과 연관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붓과 관련된 조형물을 하나로 통일시킬 필요는 없다. 물론 해당 조형물이 지역의 이야기에 배경이 되는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소재가 겹친다고 해도 그와 유사한 조형물이 들어서게 된다면 이를 관광하는 관광객에게도 살펴보는 주민들도 다소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도군에서 보인 조형물과 유사한 조형물들이 각 지역에 존재한다면, 해당 조형물엔 어떠한 가치가 있으며,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관광지에 있는 조형물이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조형물이라면, 해당 조형물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9년 진도군은 첨찰산 운림명승지구(이하 명승지구)로 들어가는 입구에 아치 조형물을 짓는 것과 동시에 붓 조형물을 만들었다. 진도군은 지역 특색에 맞춰 붓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과거 다른 지역에서 ‘모방 논란’이 일었던 조형물과 유사성이 상당히 많다. 붓 끝부분을 구부려 세운 형태가 여러 조형물에서 발견된다.
최초 붓 조형물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09년에 발생했다. 2007년 서울 인사동에 붓 조형물이 만들어졌는데, 2009년 화순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에도 비슷한 형태의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서로 다른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이었으나, 그 형태가 유사하여 당시 화순군의회 문행주 의원이 모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의혹을 제기한 문 의원은 “공모 제작이 아니라 절차를 무시해 특정인에게 수의계약으로 작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했으며 “타 지역의 조형물을 모방한 작품이 지역을 상징할 수 있겠냐”는 의견을 밝혔다. 화순군은 작품의 모방이나 표절 여부는 해당 작가들이 가려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두 작가는 누가 먼저 작품을 제작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결국 표절 시비로까지 번지지 않고 사태는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이후 해당 논란이 잦아들고 나서부터 각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유사한 형태의 붓 조형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진도 명승지구의 붓 조형물도 이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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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지구 붓 조형물을 만든 업체 관계자는 붓 디자인에 대해서 “서울 및 다른 여러 장소의 붓 디자인을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밝혔다. 붓 조형물의 저작권에 대해선 “디자인이나 예술 작품의 경우 모방과 저작권이라는 단계가 모호하다. 다만, 업체에서 직접 디자인하여 제작을 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저작권 문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붓 조형물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명승지구는 조선후기 서화가 허련 선생이 활동했던 곳이기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붓 조형물을 올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조형물을 올리는 과정이 기념비적인 내용으로 치부되기에는 다소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날 지자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 또한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조형물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전보다 다양한 전시물들을 내놓기 때문에 그에 따른 독창성 또한 중요하다. 진도군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판단함에 있어서 과거사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거나 작품 자체에 대한 독창성의 중요성을 여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강원도 태백시에도 있다. 태백시 또한 관광객들을 위해 여러 조형물을 설치를 했으나 작품 ‘단풍향기 나빌레라’라는 작품이 과거 서울 서대문우체국 설치 작품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어 문제가 불거졌다. 모방품이라 알려진 작품에 대해 태백시는 최초 작품에서 일부를 변형시켜 설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만의 여론이 적지 않았다.
태백시의 조형물에 대해 일부 예술가들은 “다른 지역에 설치된 유사 모방작품을 조형물로 설치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조형물 또한 예술품으로 순수한 창작물이어야 하는데, 모방작품을 설치하게 된다면 해당 조형물의 예술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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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붓 조형물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조형물이 존재하는데, 대구 남평문씨 본리세거지에 위치한 붓 조형물이다. 두 조형물은 세워진 형태와 세부 디자인마저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대구의 붓 조형물 역시 만들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문익점 선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붓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붓과 연관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붓과 관련된 조형물을 하나로 통일시킬 필요는 없다. 물론 해당 조형물이 지역의 이야기에 배경이 되는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소재가 겹친다고 해도 그와 유사한 조형물이 들어서게 된다면 이를 관광하는 관광객에게도 살펴보는 주민들도 다소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도군에서 보인 조형물과 유사한 조형물들이 각 지역에 존재한다면, 해당 조형물엔 어떠한 가치가 있으며,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관광지에 있는 조형물이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조형물이라면, 해당 조형물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지민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