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가 떠올랐다. 새해 일출을 명소에서 보려던 사람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지리산과 한라산, 무등산 등의 국립공원은 물론 동해안의 지자체들 역시 해맞이 행사를 전면 금지했다. 올해 역시 해돋이는 화면 너머 비대면으로 보게 됐다. 백신 접종과 ‘위드 코로나’로 코로나19 극복에 부풀어있던 국민들의 기대감은 변이바이러스(오미크론)의 유행으로 무너져 내렸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2022년 역시 ‘도전’과 ‘극복’이 국민과 정부에게 주어진 주요 과제다.

검은호랑이의 도전정신으로 2022년은 육십간지의 39번째 해인 임인년(壬寅年)으로 ‘임(壬)’은 검은색을, ‘인(寅)’은 호랑이를 뜻한다. 예부터 호랑이는 용맹하고 기백이 뛰어난 영물로 인식되어 왔으며 특히 검은호랑이는 강력한 리더십, 열정, 도전정신 등을 상징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바로 ‘검은 호랑이’의 위치에 서 있다. 오미크론의 유행은 물론 연이은 선거로 인한 정치지형 변화가 2022년을 크게 뒤흔들 것이다. 대한민국호는 거친 파고를 잘 넘어갈 수 있을까.

레임덕은 어디에? 대한민국호를 이끌 새 선장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석 달이 남았지만, 현 선장의 지지율은 굳건하다. 임기 말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4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이며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대선에서 41.08%의 득표율로 당선되었기에 더욱 놀라운 대목이다. 특히 지난 12월 24일, 신년 특별사면에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를 포함한 것에 정치성향과 지역 상관없이 고른 지지를 받은 것도 눈에 띈다. 박 씨의 사면이 고른 긍정 답변을 받은 데에는 여러 요인이 뽑힌다. 건강을 고려한 인도적인 차원의 배려라는 점과, 사면이 국민분열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차기 대통령이 사면으로 인해 얻을 정치적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다. 박근혜 씨 사면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더욱 올라간 와중에, 현재 대선후보들과 비교가 되면서 문 대통령이 재평가를 받은 점도 있다.

뽑을 사람이 없다? 임기 말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대선후보들에게 있어선 난감한 과제다.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두말할 필요도 없으며, 여당 후보임에도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다. 11월부터 12월 초까지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비해 줄곧 근소우위의 지지율을 보였으나, 12월 중순부터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이 후보가 역전을 하더니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윤 후보는 여러 망언과 자질 논란에도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줄곧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준석 당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대표되는 조수진 의원과의 갈등, 부인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으로 인한 사과로 인해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고, 박근혜 씨의 사면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진 모양세다. 윤 후보는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좌천인사를 당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때는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 역시 논란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2015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당시, 시행사 측이 수천억 원의 특혜를 얻었다는 의혹이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제기되었다. 대장동 게이트는 본인과는 관련없다는 이 후보의 입장과 달리,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검찰 고발사주’와 마찬가지로 ‘대장동 게이트’ 역시 이 후보의 가장 큰 의혹으로 비춰지고 있다. 또한 아들의 불법도박‧성매매 의혹 등 이 후보 역시 논란이 끊이지 않으나, 윤 후보와 달리 풍부한 시‧도정 경험이 지지율을 받치고 있고, 윤 후보의 연이은 실책으로 인해 이득을 본 상황이다. 두 후보를 발목잡는 것은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호감도다. 지지율이 30~40%대인데 반해 비호감도는 꾸준히 50~60%대가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지지층 사이에서도 “상대 후보가 괜찮았으면 상대편을 찍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비호감도가 높을수록 중도층에서의 확장성이 부족하기에, 현 지지율이 두 후보가 얻을 수 있는 최대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 후보 측은 지지율 역전이 반가우면서도 갑작스런 큰 격차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후보 교체’라는 카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50% 이상이 ‘양당 모두 후보교체가 필요하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_청와대사진기자단

호남의 표는 그래도 민주당?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줄곧 60%대 지지율을 보이며 윤 후보에 크게 앞서고 있으나, 그간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70~80%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민주당의 호남 지지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이재명이 잘나서’ 보다 ‘그래도 민주당이니까’, 혹은 ‘국민의 힘을 찍을 수 없어서’라는 이유가 더욱 지배적이다. 특히 윤석열 후보가 역사관과 국정운영에 대해 부족한 인식을 보였기에, 여러 잡음이 나오는 이재명 후보임에도 ‘일은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30일 천정배 전 의원을 비롯한 호남계 비문 인사들이 대거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 통합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하기 이전의 ‘도로 민주당’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중도층 확장에 나서야 하는 때에, 당시 문재인 당대표와 척을 지고 나선 사람들의 복당이 대선에 도움이 되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재명 후보 개인의 매력도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현재의 민주당과 후보의 힘으로 선거를 이끌어갈 수 없기에 비문 인사들도 받아들이고, 경선에서 패배한 이낙연 전 의원에게도 끊이지 않고 구애를 했다는 분석이다. ‘사이다’로 대표되던 이 후보만의 캐릭터 또한 대통령후보 선출 이후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의 승리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처럼 호남만의 뼈아픈 승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집토끼를 안심시키고 산토끼인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후보 스스로의 가치를 올려야 할 것이다. 깜깜이 지방선거 3월에 20대 대통령선거가 있다면 6월에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6월 1일에 있을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투표용지가 많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광역과 지방기초의원의 경우 지역구와 지지정당에 따른 비례대표를 따로 뽑기 때문에 투표함에 넣어야 하는 투표용지는 7장이나 된다. 후보자가 많은 만큼 유권자가 정보를 충분한 정보를 얻는 것도 벅차기에,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편이다. 특히 이번 8회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변수가 많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주요 이슈가 청와대와 정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도 있고, 혹은 정권 재창출과 교체 여부에 따라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의 경우 대다수의 지역에서 민주당의 수성이 예상되나, 정권이 교체된다면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의 깜짝선전이 이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의 선거전략도 바뀔 수밖에 없다. 정권을 재창출한다면 현 정권에 힘을 실어주길 지역민에게 호소하겠으나 정권이 교체된다면 정당보다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아달라며 인물론을 내세울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다. 수많은 지역 유권자들이 현재의 정치지형에 불만을 품고 있다. 여의도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 의제, 뒤로 밀려나는 지역 현안, 부족한 소통과 새로운 인재 양성 등 개선해 나가야할 점 투성이다. 지역정치와 정당이 지역민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하며,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으로 이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훌륭한 후보를, 훌륭한 선택으로 정당이 훌륭한 후보를 준비해도 유권자가 잘못된 정보로 그른 선택을 해서도 안된다. 반대로 유권자가 훌륭한 인물을 뽑고 싶어도 자격미달의 후보자가 나오면 안될 것이다. 정당은 훌륭한 후보를 내세우고 유권자 역시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크나큰 도전에 직면한 2022년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임인년은 배를 이끌 선장과 선원이 바뀌는 교체기다. 2022년이 대한민국에게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는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