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인상주의’ 선구자 오지호 화백!
박준호 기자입력 : 2022. 02. 21(월) 08:52
오지호, 항구(Port), 1974, oil on canvas, 40.9×53cm
가장 ‘한국적’인 예술가
오지호(1905~1982) 화백은 호남 화단의 거목(巨木)으로 일본 유학을 통해 프랑스 인상파를 접한 뒤 귀국하여 한국 인상파를 선언한 탁월한 이론가로 피카소 입체 미학 소개로 주목을 받았다. 광주 무등산 자락 초가에 정착하면서 호남의 정감 어린 시골풍경, 정물, 해경 등을 열정적으로 그렸던 화가였다. 1959년 비구상을 인정하지 않는 ‘구상회화 선언’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지호·김주경 2인 화집’을 한국 최초 컬러 화집으로 발간해 현대 회화의 근본문제에 관한 회화론을 일제 치하 동경에서 출판하기도 한 한글을 쓰는 민족의식이 투철한 화가였다. 60년대 서구에서 동아시아로 문명이 이동한다는 ‘알파벳트 문명의 종언’ 논문을 발표했으며, 국한문혼용을 할 수 있게 한자 폐지 반대운동에 앞장선 주역이자 민족의식이 투철한 남도의 곱고 맑은 황토빛의 화가였다.(오건탁 前 광주시립미술관장)
‘한국적 인상주의’ 선구자
프랑스에 인상주의를 창시한 ‘모네(Monet)’가 있고 일본에 이를 받아들인 ‘외광파(pleinairisme)’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한국적 인상주의의 개척자 ‘오지호’ 화백이 있다. 인상주의(impressionism)는 대상에 대한 화가의 순간적인 느낌(인상)을 캔버스에 표현했던 사조로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일본 외광파는 이젤을 들고 야외로 나가 태양 아래서 풍경을 스케치했다. 일본 식민지하에서 우리 화가들은 일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가 오지호는 달랐다. 우리 민족의 따스한 감성과 우리나라의 밝은 태양광선,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알맞은 표현법을 개발하여 마침내 ‘한국적 인상주의’로 정착시켰다.
그의 대표작 <남향집>을 보자. 어릴 적 작가가 살던 초가집, 문을 열고 나오는 둘째 딸, 담 밑에 졸고 있는 삽살개라는 대상과 따스한 햇살 아래 나무 그림자를 보랏빛으로, 지붕과 담 벽을 황토빛의 토속적 색채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적 인상주의’의 진수를 보여준다.
작품세계와 ‘해경(海景)’
그의 작품은 수목, 산, 들판, 초가집, 과수원, 설경, 항구, 해경 등의 풍경화와 소녀, 여인상, 꽃, 화초, 과일, 물고기 등의 정물화가 주를 이룬다. 작품마다 마티에르 효과와 자유분방한 붓 터치로 표현주의적･인상주의적 경향을 띠었다. 그 중 항구풍경이나 해경은 오 화백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유선형 선체가 주는 매끄러움과 완만함에 매료된 그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경계를 푸른빛의 강약 조절만으로 신비로운 마술을 선보인다.
“철길은 단 한 치의 어김도 용납하지 않는데, 물길은 끝없는 행동의 자유를 배들에게 허락한다. 이 세상 아무 것에도 거리낌 없이 떠나는 배,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즐기는 배, 민첩한 곡선으로 된 자유로운 배의 형태를 나는 사랑한다. 부둣가에서 오가는 배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동화의 세계라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티 없는 기쁨을 느낀다.”(작가노트)
오 화백은 구라파 여행 후 말년의 원숙한 경지를 아낌없이 보여 주었는데 본 작품 <항구> 역시 유럽항구의 풍경으로 바다와 하늘을 특유의 인상주의 화법으로 표현했다. 또한 대상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푸른색과 흰색을 주된 색상으로 하여 빛과 색채가 잘 조화된 작품으로 거친 터치, 탁월한 데생력, 잘 짜여진 구도, 활달한 붓놀림으로 인상주의 화풍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추구했던 예술
평생 그가 추구했던 예술은 “회화라면 반드시 그렇게 있어야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 언제 보아도 좋은 그림, 만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림”이라고 했다. 그의 숨결이 살아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은 1985년 부인 지양진(池良珍) 여사의 뜻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34점)되었다.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며 가장 한국적인 예술을 이끈 시대의 선각자 오지호 화백의 숭고한 예술정신은 후대에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광주에 가면 크고 작은 세상 일 굽어보며 든든하게 버티고 앉아있는 무등산과 또 하나 든든하게 버티고 앉아있는 사람 오지호 화백이 있어 늘 넉넉하고 싱싱하게 가슴이 띈다.”(시인 이성부)
[작가 프로필]
오지호(1905~1982) 장남 오승우(화가), 차남 오승윤(화가)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 학사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모란장, 금관문화훈장
오지호(1905~1982) 화백은 호남 화단의 거목(巨木)으로 일본 유학을 통해 프랑스 인상파를 접한 뒤 귀국하여 한국 인상파를 선언한 탁월한 이론가로 피카소 입체 미학 소개로 주목을 받았다. 광주 무등산 자락 초가에 정착하면서 호남의 정감 어린 시골풍경, 정물, 해경 등을 열정적으로 그렸던 화가였다. 1959년 비구상을 인정하지 않는 ‘구상회화 선언’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지호·김주경 2인 화집’을 한국 최초 컬러 화집으로 발간해 현대 회화의 근본문제에 관한 회화론을 일제 치하 동경에서 출판하기도 한 한글을 쓰는 민족의식이 투철한 화가였다. 60년대 서구에서 동아시아로 문명이 이동한다는 ‘알파벳트 문명의 종언’ 논문을 발표했으며, 국한문혼용을 할 수 있게 한자 폐지 반대운동에 앞장선 주역이자 민족의식이 투철한 남도의 곱고 맑은 황토빛의 화가였다.(오건탁 前 광주시립미술관장)
‘한국적 인상주의’ 선구자
프랑스에 인상주의를 창시한 ‘모네(Monet)’가 있고 일본에 이를 받아들인 ‘외광파(pleinairisme)’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한국적 인상주의의 개척자 ‘오지호’ 화백이 있다. 인상주의(impressionism)는 대상에 대한 화가의 순간적인 느낌(인상)을 캔버스에 표현했던 사조로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일본 외광파는 이젤을 들고 야외로 나가 태양 아래서 풍경을 스케치했다. 일본 식민지하에서 우리 화가들은 일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가 오지호는 달랐다. 우리 민족의 따스한 감성과 우리나라의 밝은 태양광선,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알맞은 표현법을 개발하여 마침내 ‘한국적 인상주의’로 정착시켰다.
그의 대표작 <남향집>을 보자. 어릴 적 작가가 살던 초가집, 문을 열고 나오는 둘째 딸, 담 밑에 졸고 있는 삽살개라는 대상과 따스한 햇살 아래 나무 그림자를 보랏빛으로, 지붕과 담 벽을 황토빛의 토속적 색채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적 인상주의’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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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호, 해경(Seascape), 1973, oil on canvas, 45.5×53cm |
작품세계와 ‘해경(海景)’
그의 작품은 수목, 산, 들판, 초가집, 과수원, 설경, 항구, 해경 등의 풍경화와 소녀, 여인상, 꽃, 화초, 과일, 물고기 등의 정물화가 주를 이룬다. 작품마다 마티에르 효과와 자유분방한 붓 터치로 표현주의적･인상주의적 경향을 띠었다. 그 중 항구풍경이나 해경은 오 화백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유선형 선체가 주는 매끄러움과 완만함에 매료된 그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경계를 푸른빛의 강약 조절만으로 신비로운 마술을 선보인다.
“철길은 단 한 치의 어김도 용납하지 않는데, 물길은 끝없는 행동의 자유를 배들에게 허락한다. 이 세상 아무 것에도 거리낌 없이 떠나는 배,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즐기는 배, 민첩한 곡선으로 된 자유로운 배의 형태를 나는 사랑한다. 부둣가에서 오가는 배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동화의 세계라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티 없는 기쁨을 느낀다.”(작가노트)
오 화백은 구라파 여행 후 말년의 원숙한 경지를 아낌없이 보여 주었는데 본 작품 <항구> 역시 유럽항구의 풍경으로 바다와 하늘을 특유의 인상주의 화법으로 표현했다. 또한 대상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푸른색과 흰색을 주된 색상으로 하여 빛과 색채가 잘 조화된 작품으로 거친 터치, 탁월한 데생력, 잘 짜여진 구도, 활달한 붓놀림으로 인상주의 화풍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추구했던 예술
평생 그가 추구했던 예술은 “회화라면 반드시 그렇게 있어야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 언제 보아도 좋은 그림, 만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림”이라고 했다. 그의 숨결이 살아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은 1985년 부인 지양진(池良珍) 여사의 뜻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34점)되었다.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며 가장 한국적인 예술을 이끈 시대의 선각자 오지호 화백의 숭고한 예술정신은 후대에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광주에 가면 크고 작은 세상 일 굽어보며 든든하게 버티고 앉아있는 무등산과 또 하나 든든하게 버티고 앉아있는 사람 오지호 화백이 있어 늘 넉넉하고 싱싱하게 가슴이 띈다.”(시인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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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호 화백 |
[작가 프로필]
오지호(1905~1982) 장남 오승우(화가), 차남 오승윤(화가)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 학사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모란장, 금관문화훈장
박준호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