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쇄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86세대의 용퇴와 동일지역구 4선 금지, 청년 세대 30% 이상 공천 등 기존의 정치 기득권을 타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큰 기대를 받고 있으나, 당 내부에서의 반발 역시 존재해 큰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 중인 송영길 대표

송영길의 결단, 기득권 내려놓기 인적쇄신안 지난달 25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본인의 차기 총선 불출마, 국회의원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동일지역구 연속 4선 금지 추진, 지방선거 청년 대거 공천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각 사안들이 기존의 낡은 기득권 제도를 크게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제대로 추진만 된다면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도 기대된다. 먼저 송영길 대표의 차기 총선 불출마는 당 내에서 제기된 ‘586 용퇴론’에 대한 답변으로 분석된다. ‘586’세대는 현재 50대인 ‘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말하며 송 대표는 86운동권 그룹의 맏형 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송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면서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 정부 탄생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2024년에 있을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국희의원 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 경기 안성, 청주 상당구 3곳의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민주당 출신의 윤미향·이상직 무소속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발언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2030 청년 대거공천’과,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다. 송 대표는 “전체 광역·기초의원의 30% 이상 청년을 공천해서 민주당이 2030당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동일 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4선 금지 발의, 적용은 10년 뒤에나? 송영길 대표의 결단에 더불어민주당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당내 초선의원 중심의 정당혁신추진위원회(이하 혁신위)는 27일 △3선 초과연임 제한 △면책특권 제한 △위성정당 방지 △국회의원 소환제 △청년 후보자 기탁금 완화 △청년 보조금 신설 △국회의원·지자체장 축의금 수수 금지 등 정치 혁신안을 제도화하는 7개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중에서도 국회의원의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법’은 혁신위가 지난해부터 정당개혁 과제로 삼아 당 지도부에 요청했던 사안이다. ‘정치교체’와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차원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사안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은 다선 의원들을 무조건 교체하는 것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겠냐는 지적이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현안과 숙원사업을 해결해온 다선 의원들이 마지막 임기 때 지역구에 신경을 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에 국민의힘 역시 동일한 내용을 혁신안으로 제시했기에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당 내부적으로도 충분한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호기롭게 발의를 한 것과 별개로 실질적인 적용은 10년 뒤에나 이뤄진다는 지적도 있다. 법안 부칙에는 ‘개정 규정에 따른 횟수 산정을 할 경우 최초 당선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 3선의원이라 하더라도 이 규정을 적용할 때는 초선으로 쳐준다는 뜻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21대 현재 지역구 3선 의원은 초선으로 산정하여 22대, 23대 국회까지 거쳐야 3선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2032년 24대 국회에서나 4선 초과 금지에 적용되어 같은 지역구에 후보등록을 할 수 없다. 혁신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개정된 법안을 현재 3선인 의원들에게 소급적용 할 경우 위헌 가능성이 있어 이 같은 부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 ‘꼼수’라며 지적하자, 혁신위는 해당 법안을 철회하고 재발의하기로 했다. 장경태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선 연임 초과 제한에 대한 대표 발의자로서 오늘부로 발의 철회를 하겠다”며 “그리고 다시 한번 소급을 포함한 즉시 적용에 대한 재발의를 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에도 “위헌 소지를 감수하고서라도 법안을 발의해야겠다는 혁신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혁신위 차원, 내부에서 논의를 했다. 현재 발의를 철회하고 재발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장경태 의원

30% 청년 공천 현실성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에 2030 청년 30% 이상 공천하자는 의견에도 현실성을 이유로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공천 심사와 경선 과정에서 여성과 청년 후보자의 가산점을 최대 25%까지 확대했다고 홍보했지만,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이 공천한 2,30대 후보는 단 7명에 그쳤다. 또한 이미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청년 선거구 공천제도를 도입하기로 해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해당 제도는 광역선거구 가운데 일부를 ‘청년 경쟁 선거구’로 지정해 45세 미만 청년들간 경쟁을 통해 공천권을 주고, 기초선거구는 각 선거구에 한 명을 청년으로 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청년 공천’ 발상은 청년 정책 발굴이나 인구 비율 고려 없이 추진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과 함께 특정인 밀어주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치밀한 준비없이 30% 청년 공천을 추진한다면 똑같은 비판에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다.

새 인물 vs 기계적 공천 기존에 활동하던 광역·기초의원들과 예비 출마자들에겐 갑작스런 청년 공천은 오히려 불공정하게 여겨질 것이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일한 다선의원들은 청년 정치인들과 비교되어 교체 대상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다. 정치 신인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쌓은 경력들이 오히려 경선 과정에서 단점으로 작용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공천은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5,60대와 법조인 등 특정 세대와 직업군에 정치인이 집중된 현실을 되짚어 볼 때, 기계적으로라도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줘야한다는 논리다. 다만 예비 청년 정치인들에게도 빈틈없는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청년이라는 패기만 믿고 중앙정치에 문을 두드리다 소리 없이 사라진 정치인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해 오히려 능력있는 정치인들이 기회를 받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오랜 지지를 보내온 광주·전남의 경우 더욱 그렇다. 당을 믿고 찍은 청년 정치인이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분노의 화살은 민주당에게 향할 것이다. 기득권이 선심 부리듯 자리를 내주기보다, 청년 정치인을 훌륭히 키워낼 토양을 마련하는 게 더욱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