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정부에 의해 지역 사회에서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석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남도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정부에서 지지하고 있는 ‘탄소중립’. 이 키워드는 친환경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꼭 실시하고 지켜야 할 덕목처럼 여겨지며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현장에서는 여전히 탄소 배출이 높은 산업들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산업이 석탄 자원을 이용하는 산업들이다.

화순의 큰 버팀목, 불어오는 탄소중립 열풍에 휘청. 지난 2월 10일 오전, 화순광업소에서 근무하는 광부들은 총파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석탄 감산 정책에 의한 폐광 반대와 함께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목소리를 통하여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날, 강원 장성·도계, 전남 화순 광업소가 동시에 결의하였고 조합원의 96.3%가 동의하여 총파업을 실시했다.

화순군은 전남에서 가장 유명한 석탄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1905년부터 석탄 광산 개발에 들어갔으며 1930년대에 석탄 광산이 정식적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화순의 석탄 광산은 전남을 대표할 정도로 규모도 컸으며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다량의 석탄을 채취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세를 얻었으나 1990년대에 들어 석탄산업의 쇠락과 동시에 정부의 감산 정책 또한 도마 위에 올라와 감축하게 되었고 2020년에는 9만1700t의 생산량을 보였다.

석탄 생산 감소에 대해서 지역 주민들과 관계자들은 동의한 바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남은 광부들에 대한 생계에 대해서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화순광업소에 소속된 직원은 총 314명으로, 가족들을 포함하면 1000여 명에 육박하며, 다수가 화순에서 거주중에 있다. 즉 광업소의 폐쇄는 많은 노동자들의 실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때문에 ‘지역사회의 경제에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화순군 관계자는 “폐광기금은 관련 법에 따라 폐광지역 진흥지구 도로 등 기반시설 산업, 교육문화예술 진흥사업, 환경 및 보건위생복지 사업, 관광진흥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됐고, 앞으로 이런 기조는 유지될 수 밖에 없다.”라며 “광범위한 폐광기금만으로 대체산업 육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폐광 지자체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화수 노조원 총파업

탄소중립 열풍으로 날아가버린 일자리 석탄 광업소의 폐쇄에 석탄 영향을 많이 받는 화력발전소도 타격을 받게 되었다. 작년 12월 31일 문을 닫은 여수 호남화력을 시작으로 정부는 전국에 있는 60개의 화력발전소를 34년까지 30개로 줄이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였다. 사라지는 장소 중에 몇몇은 천연가스(LNG) 복합 발전소로 대체되지만, 본래 근무를 하고 있는 근무자들의 일자리가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화력발전소 폐쇄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여수 호남화력의 근로자 320명 중 209명이 다른 발전소가 있는 충남 당진, 울산광역시, 강원 동해 등으로 배치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10년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터를 잡았던 근로자들은 연고도 없는 새로운 지역에서 다시 터전을 일궈야 한다는 점에 부담감이 크다. 또한 그 이후에도 배치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아직은 초창기이기에 비교적 많은 인원이 재배치를 받을 수 있게 되지만, 폐쇄되는 화력발전소가 늘어날수록 노동자들의 잦은 이동과 자리 부족으로 인한 재배치 실패 등 다양한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지금은 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이 잠잠할 수 있겠지만 화순광업소처럼 들고 일어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말만 다르고 내용은 같은 대책 논의 곧 다가오는 대선과 함께, 탄소 중립 관련된 내용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각자의 주장을 내놓았다. 이재명 후보는 장기 유급휴가훈련 제도를 확대 시행, 윤석열 후보는 원자력을 적정 비중으로 유지 및 에너지 약자 지원, 심상정 후보는 재교육과 실업급여 지급을 통한 극복, 안철수 후보는 평생교육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고 했다. 방향성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각 후보들은 같은 내용을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른 측면으로 지역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현재 줄어들고 있는 석탄의 소모량보다 수입하고 있는 석탄 비중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탈석탄 정책과 채산성을 문제로 제기하는 것, 그리고 국내 채탄량은 줄어들고 있으나 연간 1억 만 톤 가량을 수입 중이라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조합원의 96%가 총파업에 찬성함에 따라, 생존권 보장에 대해 지역의 입장도 정부가 들어야 한다는 점과 현재 탄소중립을 외치는 외면적인 모습과 실제로는 수입 위주로 돌아가는 모습에 대해서 반성해야 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여전히 오가고 있는 중이다.

호남화력 퇴역식

지역에서 나온 불안한 최선책 이와 같이 석탄노조의 반대도 막강하지만, 지역 주민들 또한 반대가 높은 경우도 존재한다. 앞서 말한 화순 광업소와 관련되어 시작된 사업이 존재했다. 바로 세금 지원을 받고 지역에서 육성중인 ㈜키즈라라 이다. 7년 동안 3차례 사업의 컨셉이 바뀌게 되면서 올해 개장을 목표 중인 ㈜키즈라라는 많은 우려를 담고 있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약 300억 원 가량의 혈세가 투자되었으나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상황이다. 부실공사, 법인명의 변경 3건, 천장 누수로 인한 추가 연기 등 수 없이 많은 연기와 문제를 가진 상황으로 인해 화순군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화순광업소를 대체한 ㈜키즈라라는 지역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화순 광업소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보니 화순군에서 크게 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는 국가에서 주도하는 사업에 지방만 죽어간다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것은 발전을 위한 좋은 과정 중 하나이겠지만 확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섣부르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인구가 떨어지는 지역 입장에서도 큰 타격이다. 화순 또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인구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지만, 연이은 광업소의 폐쇄는 인구 유출의 원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역의 인구 확보를 위해서는 다른 것보다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그 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지방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준다.

탄소중립과 지방경제 그 사이에서. 일각에서는 정부와 세계적인 판도에서 진행되는 ‘탄소중립’도 중요하겠지만, 지방경제의 한축을 담당했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던 사업들에 대한 추후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나 일생을 한 분야에서 종사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환경과 업무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직에 있는 종사자들의 환경을 고려하여 그들이 쉽게 합류할 수 있는 추가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해당 업무를 배정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추가되는 실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연로한 노령층의 경우 은퇴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다수의 노동자가 중, 장년층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롭게 교육을 하고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기엔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 본다.

지역의 경제를 위해선 앞서서 폐광, 폐쇄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환경과 여건이 마련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