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은 의용소방대의 날이다. 다소 낯설게 들리는 것은 올해가 바로 제1회 의용소방대의 날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의 이웃으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온 전국의 10만 의용소방대원 한분 한분께 축하와 함께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말을 전했는데, 올봄은 대형산불소식이 유난히 많았고, 그 피해 규모도 컸었다. 3월 초 발생한 경북과 강원의 대형산불현장에 공식 소방인력 외에도 5000여 명이 넘는 의용소방대원이 진화작업과 복구지원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해 제정되고 나서 맞이하는 첫 번째 기념일, 우리 주변의 의용소방대를 만나보고 싶었다.

함평으로 가는 길, 너른 평야에는 한창 봄이 오고 있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주인공이 봄처럼 따뜻한 표정으로 함평소방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함평소방서 의용소방대 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관 회장이다.

의용소방대를 소개해준다면?

의용소방대는 소방본부장·소방서장의 소방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시·군에 설치된 소방봉사 단체로 지역주민 중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가입합니다. 함평의용소방대는 함평읍을 포함 9개 읍면 19개 지역의용소방대가 있고 375명의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농업부터 자영업, 그리고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의용소방대원은 나이 30대부터 정년인 65세까지인데 농촌지역이다 보니 젊은 대원들이 적은 편입니다. 매년 신입대원을 모집하고 있지만 새로운 대원을 모집하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함평에 소방서가 없어서 나주소방서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2005년부터는 영광소방서 그리고 2018년 함평소방서 생기면서 드디어 제집에서 터를 잡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온창고 화재 지원활동

의용소방대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화재예방, 산불예방은 기본이고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소화기 사용법 교육도 하고 심폐소생술 교육도 합니다. 또, 의용소방대 대원들은 매년 교육을 받습니다.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생활안전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대원들도 많습니다. 매년 이수해야 하는 교육도 있고 생각 외로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활동합니다. 특히 화재 현장에서는 소방대를 도와 신속한 교통정리와 차량 유도를 합니다. 의용소방대는 지역의 지리와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뒷정리까지 저희 의용소방대에서 진행합니다. 또한 농번기에는 양파 캐기 봉사활동부터 전통시장 화재예방활동까지 의용소방대의 역할은 더욱 다양합니다. 겨울에는 도로가 결빙되는 일도 많은데 해보면 밀재가 자주 결빙됩니다. 대원들과 새벽 5시에 삽을 들고나가서 염화칼슘을 뿌리고 돌아왔을 때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새벽에 나가자고 해도 우리 대원들은 싫다는 대답 없이 의용소방대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함께 합니다. 의용소방대 활동은 활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 그때 그 뿌듯함 때문에 하는 것 같습니다.

의용소방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몇 해 전 구례에 수해피해가 발생했을 때 대원들과 함께 침수주택에 활동을 나갔습니다. 물에 잠겨 못쓰게 된 가구들을 다 버리는 작업을 하는데 우리 마음도 이렇게 힘든데 정작 집주인은 어떨까 가슴이 아팠습니다. 화재현장도 그렇지만 수해현장도 피해가 크고 힘듭니다. 하우스 침수부터 각종 현장에 그동안 참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현장을 다닐 때마다 이런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예방활동과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손가정 등 명절위문활동

의용소방대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1991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이웃들이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저도 젊었을 때였는데 청년들이 함께 마을 방범활동을 하고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함께 해주는 모습이 좋아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30년 동안 의용소방대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회장직은 2020년 7월부터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의용소방대 대원들은 어떤 일이 발생하던 자기 일은 뒤로 하고 먼저 달려옵니다. 의용소방대 일이란 게 화재나 재난 상황에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대원들은 항상 먼저 뛰어옵니다.

지난 3월 19일 제1회 의용소방대의 날을 맞아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는데…

제가 대표로 받긴 했지만 함평의용소방대 모두에게 주는 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고향은 전북 부안입니다. 고등학교까지 부안에서 졸업했고, 1983년 결혼한 누나를 따라 함평에 정착했습니다. 청년부터 환갑이 된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함평이 오히려 저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본업이 있을 텐데, 가족들은 의용소방대 활동을 잘 이해해주는지?

저는 해보면에서 농약 종묘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면 아내의 일이 많아지는데 그래도 이해 주고 인정해 줍니다. 의용소방대 활동은 집에서 이해해주지 않으면 못합니다. 활동하는 사람보다 집안의 지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봉사는 가정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편해야 활동도 잘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이 안전해야 나도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불예방 캠페인 활동

올해 봄, 울진지역 산불이 났는데…

너무 큰 산불현장인 데다 산이 깊은 지역적인 특성상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2월부터 4월까지의 산불은 여우 불이라고 해서 잘 보이지도 않아 대형산불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논두렁을 태우지 않아야 하며,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3년 만에 함평나비축제가 열린다, 함평의용소방대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지?

함평의 모든 행사는 늘 함께 합니다. 올해도 교통통제와 주차 보조, 행사장 안전지킴이로 활동합니다. 부스를 설치해서 심폐소생술 교육장, 어린이 소화기 사용 교육, 기초소방시설 사용 교육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바람은?

올해 6월이면 연합회장 임기가 마무리됩니다. 그 후에도 평 대원으로 돌아가 활동할 계획입니다. 의용소방대는 활동 연령이 65세로 정해졌습니다. 그때까지 현장에서 늘 함께 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농촌에 사람이 없고, 고령화되다 보니 신입회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체 건강한 회원들이 많이 들어와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용소방대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3월 19일을 의용소방대의 날로 명명하고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의용소방 대법 개정으로 재해보상과 포상 그리고 개인안전장비 확충과 교육훈련지원에 더욱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어디선가 이웃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안전지킴이! 의용소방대는 우리 동네 곳곳을 지키는 가장 가까운 곳의 슈퍼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