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배구 쌍둥이 자매의 어렸을 때 학교폭력 전력이 폭로되면서 다시금 학폭이 뜨거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구단에서도 무기한 출전정지를 내렸고 국가대표 선수로도 무기한 선발을 제한하는 중징계가 내려졌다고 한다. 앞으로는 학폭 가해자는 아예 프로 운동계에 입문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고 그 당시에는 학교내외에서 폭력이 일상화 되었고, 대부분 폭력으로 얼룩진 일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항변을 할 법도 하다. 그런데 피해자의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트라우마로 고착되어서 한 번 당한 마음의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떠한 이유로든 학교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교사가 학생을 교육적 목적을 위해 가하는 체벌은 말할 것도 없고 동료 학생들간의 신체적, 언어적, 상징적 폭력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도 강요에 의해 잘못을 반성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갈등과 미움과 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실적으로 예방이 최선이겠지만 법과 제도를 강화하여 폭력을 근절해야 함은 물론 비폭력 인권 친화적인 학교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학폭관련 제도적 장치로는 2012년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학교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잘못을 하면 상응하는 처벌을 통해 행동을 수정하자는 응보주의와 처벌 중심 운영으로 학교의 갈등조정과 교육적 자정역할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좀더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학폭이 발생하기 전에 학교에서 예방적 생활교육을 강화하여 학생들 간 갈등과 학폭을 줄이고,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교육과정에 기반을 둔 학급 단위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폭력 예방역량(공감, 의사소통, 자기존중감, 감정조절, 갈등해결, 학교폭력인식 및 대처능력)의 강화와 학급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더 세밀한 학폭대처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불가피하게 학폭이 발생했을 시에는 공정한 처리와 공평한 대우가 중요하다. 은폐와 축소, 화해종용 등으로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고, 학생의 위치에 따라 차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어서 피해학생의 동의를 전제로 한 관계회복 프로그램의 운영이다. 관계회복 시 가해자도 학생인만큼 처벌 중심이 아닌 교육적 관점에서 지도하되 잘못한 것을 충분히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가해학생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의 약속을 통해 피해학생이 진정성을 느끼고 이해, 수용, 용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처벌중심에서 화해와 관계회복 중심으로 학교폭력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부과되어야 한다. 필요시 가해학생 학부모 교육 및 상담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학교폭력 피해별로 학생 맞춤형 지원도 필요하다. 특별히 학생 선수의 폭력이 자주 불거진 점을 감안하여 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학생 선수들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코치나 지도교사가 실시하고 있으나 학교폭력 전문인력(찾아가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에 의한 교육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존제도는 더 세밀하게 다듬고,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공정한 처리와 관계회복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결과적으로 폭력 없는 더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정선 광주교대 교수,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