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홀로 사는 시대다. 다른 말로는 1인 가구인데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00만명에 머물렀으나 올해로 600만명을 넘어섰다. 원인을 꼽자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혼인율과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두지 않는 딩크족을 선호하는 맞벌이 부부, 비혼(非婚) 또는 독립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삶은 어떠할까. 동전의 양면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하여 나만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사는 '화려한 싱글'이 있는가 하면 불안정한 직업과 소득으로 가난하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빈곤 독거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독신 가정의 증가, 장기화된 경기침체,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약해져가는 '무연사회(無緣社會)'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사회현실이기도 하다.

이렇듯 1인 가구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층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인구·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한 발 앞서 1인 가구 정책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보자. 미국은 1인 가구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공공임대 주택지에 '싱글룸 거주 프로그램'을 확대했고, 일본은 입주자들이 사생활을 누리면서 공용 공간에서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협동 주거 형태인 '코우하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국에서는 '부담가능 주택 프로그램'과 '빈집 지역보조금 프로그램' 등 저렴한 주택공급을 위해 사업비와 보증금을 지원해 1인 가구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우리 동구에도 무연사회가 도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주 5개 자치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4월 동구의 전체 인구는 10만3000여 명이다. 이중 1인 가구 비율은 45.4%로 전국(39.2%) 및 광주(37.5%)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동구가 발 빠르게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부터 관련부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같은 해 5월 '광주시 동구 1인 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1인 가구 실태용역조사를 끝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 독거어르신, 청년 등 일부 특정인에게만 지원했던 복지혜택을 동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 2만000여 세대로 확대해 사회안전망 구축, 주거지원, 공동체 활성화, 건강지원, 문화·여가생활 등 5대 분야 9개 대표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1인 가구는 무엇보다 사회적 고립예방과 건강한 독립생활 형성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 동구는 원룸·다가구주택 등 안전범죄 위험 노출지역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신변안전을 위해 3종 안전장치(안전고리·방범창·문열림 센서) 설치에 나섰다. 재무관리에 취약한 1인 가구의 노후대비와 경제적 자립을 위한 대책으로 재무 설계 및 법률상담, 서민금융 이용 상담 등 전문가로 구성된 행복재무관리단을 운영한다. 특히 연령층 구분 없이 1인 가구의 공통적인 고민거리인 안정된 식사보장을 위한 행복푸드 지원, 잦은 이사로 비용 부담을 겪는 청년·저소득 1인 가구를 위해서는 이사 보조 서비스를, 관내 6개 마을사랑채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비를 지원해준다. 이외에도 긴급케어 '동구 구급대' 서비스와 인문도시를 지향하는 동구답게 인문학 강좌까지 개설하기로 해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한 집 걸러 1인 가구'인 시대가 다가온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1인 가구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가 1인 가구를 잘 보듬지 못할 경우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할 지라도 사람은 여럿이 사회를 구성해 함께 살아가는 특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구의 1인 가구 맞춤형 지원정책은 1인 가구의 삶을 단단히 지키고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삶을 모색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앞서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