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초가 되면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그 해 한국 소비자들의 주요 경향을 전망하는 도서, ‘트렌드 코리아’를 펼쳐낸다.

2021년에도 10개의 한국 소비 경향에 관한 전망을 내놓았는데,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개념이 ‘브이노믹스(V-nomics)’이다. 브이노믹스(V-nomics)의 V는 바이러스의 약자로, ‘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혹은 바꾸게 될 경제’를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바이러스가 바꾸게 될 경제에 대한 해답을 ‘피보팅(Pivot)’, 즉 ‘중심 축의 이동’에서 찾는다. 피보팅은 사업 전환을 의미하는 중요한 경제 용어로, 언택트 시대에 기존의 방식을 바꾸고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성과와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소개된다.

기업이 아닌 행정이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대해 낱낱이 파악하고 비전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의 제품 생산의 기초가 고객의 욕구와 필요인 것처럼, 강진군청 역시 군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우선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모든 정책 결정과 수행에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월, 화훼경매장에서 경매가 유찰되어 그대로 꽃을 버리고 나오는 한 농민에게 전화가 왔다. 자식처럼 키운 꽃송이들을 판매는 고사하고, 다시 가져올 운송비도 나오지 않아 도매시장 바닥에 버리고 나오는 농부 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농부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다음날 나는 즉각적으로 농가에 온라인 판매를 직접 제안했고, 농민들이 시스템에 익숙해질 때까지 공무원들이 현장으로 나가 지도하고 업무를 도울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본 수출 시 수국에 물대롱을 달아 꽃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식을 국내에도 그대로 반영해, 꽃의 품질을 지켜냈다. 코로나 재난 상황으로 우선 한 달간 택배비를 군에서 지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국에 이어 꽃작약이 나왔지만, 이번엔 수국보다 줄기가 가늘어 물대롱을 달 수 없는 문제가 도출됐다. 이전보다 줄기를 더 길게 절단하고, 꽃송이는 덜 피었을 때 출하해 이를 해결했다.

올해는 장미를 필두로 온라인 완판 행진을 이어 가며, ‘청자 도시’강진의 특성에 맞게 화병을 청자로 제작해, 꽃과 함께 패키지로 판매한다. 단순한 온라인 판매에서 상품의 내용과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 ‘화훼 재배단지 온라인 직거래 판매’를 전국 최초로 실시했고, 초기 군 공무원들의 장미 팔아주기까지 합산해 올해 5월10일 기준으로 총 64만1천422송이, 12억3천456만원의 판매실적을 거두었다.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해법인 ‘피보팅의 성공적 사례’라 할 것이다.

온라인 판매가 성공을 거두며 화훼경매장에 반입되는 강진 꽃의 물량은 줄었고 이는 도매시장의 꽃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코로나로 다같이 힘든 상황 속에 전국의 화훼농가의 소득증대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사단법인 한국화훼협회와 한국절화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강진군은 코로나의 특수상황 속 군민의 절박한 필요에서 출발한 정책적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마케팅을 통해 대한민국 지자체 온라인 마케팅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중이다.

처음 생화를 생산 농가에서 직접 온라인으로 판매하자는 나의 아이디어에 대해, ‘과연 될까’ 했던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행정은 주민의 삶과 밀착될수록 더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당연시해왔던 많은 가치와 방식들은 이제 불가피한 수정을 요구받는다. 중심축의 신속하고 유연한 이동이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거침없이 변화의 축을 옮기는 강진군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지역 농특산물 마케팅의 새로운 희망, 처음 길을 나선 선구자의 사명감으로 다시 한발을 떼어 놓을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