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폭우, 불볕더위 등 이상 기후는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열린 총회에서 현 수준의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된다면 2021년과 2040년 사이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8년 보고서에서 제시한 1.5도 상승까지 시간인 2030-2052년보다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이다.

이에 다양한 분야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2050 탄소중립’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2050 탄소중립 위원회’가 출범했으며, 위원회에서는 세 가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이 시나리오는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되었을 때의 미래상과 재생 에너지 등 부문별 전환 과정과 미래상을 전망한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고, 그 누구도 기후변화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장기적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지인 자연을 보전하여 자연 스스로의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다.

완도군은 최근 탄소 흡수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블루카본(blue carbon)에 주목하고 있다. 블루카본은 숲과 달리 물에 잠겨 있어 유기물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호흡하지 못하며,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지 못해 유기물과 함께 갯벌이나 바닷속 토양에 저장된다. 하지만 현재 무분별한 연안 개발과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대표적인 블루카본인 잘피림 군락 등이 파괴되고, 축적돼야 할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군은 2021-2025년 제2차 기후변화 적응 대책 세부 시행 계획에 해양·수산, 건강, 재난·재해, 산림·생태계, 물 관리, 농축산, 에너지 7개 분야, 45개 세부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갯녹음(백화 현상) 확산 방지를 위해 곰피 등의 해조류를 이용한 바다 숲을 조성하고, 수산 자원의 회복·증강을 위한 연안 해역 바다 목장 조성 사업, 고수온 내성 신품종 양식 기반 기술 사업 등 연안 생태계를 보존하고 블루카본 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최대 난대림인 완도수목원이 국립난대수목원 대상지로 최종 선정되어 기후 변화 및 식물상 변화에 대한 연구와 산림 자원 보전 및 활용을 목적으로 국비 1천900여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군은 그동안 해양수산, 생태계, 물, 농업, 산림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기후변화 대응 방안 및 신규 사업 발굴, 계절별 기상 전망 분석 및 분야별 대응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변화 분석을 통해 선제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이렇듯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관련 현안과 장애 요인을 파악하며 기후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탄소중립의 대의와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최근 발생한 기상 이변 현상의 원인이 정말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 때문인지, 탄소중립 위원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실현 가능한 것인지, 화석 연료에 기반 한 발전소·수송 수단은 정말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 변화, 탄소 배출 등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위기를 이겨낼 만한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아닐까. 국가 차원에서의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탄소중립 의의와 비전을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에너지 절약과 쓰레기 분리 배출, 일회용품 사용 자제 등 일상생활 속에서부터 탄소중립을 실천해나가야 한다. 현실로 다가온 기후 위기를 직시하고,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