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섬진강이 빚어낸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청정 구례’, ‘순수 구례’의 이미지를 간직한 전남 구례군. 그러나 민선 7기에 이어 8기 군정을 이끌고 있는 김순호 군수 체제하에서 구례의 ‘순수성’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군수 재임 기간 동안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논란은 지역 사회의 공적 신뢰를 뒤흔들고 군정 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총 3부에 걸쳐 김순호 군정의 주요 문제점들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구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군정의 공신력을 뒤흔드는 특혜 및 비리 의혹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예산 집행 실태를 파헤친다.

◇ 구례판 '크로니즘'?… 친인척·측근 수의계약 특혜 의혹 '솔솔'
지방자치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김순호 군수 재임 중 구례군청이 김 군수의 친인척 및 측근 업체에 수의계약 형태로 수백 건의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이 2021년 불거지면서 지역 사회는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 한 시민단체는 김 군수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 이는 지방 권력의 사유화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을 울렸다.  

보도에 따르면, 김 군수의 여동생과 조카 주변 인물들이 군 관련 공사를 다수 수행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포착되었으나, 군청 비서실 및 관련 부서는 "군수의 개입은 없었으며 계약은 해당 부서에서 정상적으로 진행한 사안"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농업회사법인 순수 주식회사’ 등 ‘순수’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특정 업체가 이 특혜 의혹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었는지 여부는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업체명이 거론되지 않았다고 해서 의혹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혹 자체가 제기되었다는 사실과, 그 의혹이 지역 사회에 만연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큰 문제는 2021년 의혹 제기 이후, 이에 대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약 관행 개선 조치가 대외적으로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건의 최종 처분 결과 역시 업데이트된 정보가 부재한 상황 은 의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시사한다. 만약 이러한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혈세 낭비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지방 행정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범죄 행위로 규정될 수 있다. ‘순수’해야 할 군정이 사적 이해관계에 휘둘린다는 의심만으로도 구례의 이미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 폐기물 처리 둘러싼 검은 의혹… 사기·보조금 유용 혐의 고발 파장
공적 신뢰를 뒤흔든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순호 군수와 일부 공무원들은 2020년 수해 당시 재난 폐기물 및 생활 폐기물 처리량을 조작하고 관련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시민단체 활동가 A씨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조직적인 비리 가능성을 시사하며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주목할 점은 이 폐기물 처리 비리 의혹을 제기한 A씨가 이후 구례군 부군수로부터 부적절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인물과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해당 문자 메시지는 표면적으로는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거나 곤경에 처하게 하면 좋지 않다"는 '조언'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그 맥락과 시점을 고려할 때 군정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사에 대한 압력 또는 회유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공익 제보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폐기물 처리 비리 의혹 자체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폐기물 처리 관련 비리 의혹과 이러한 의혹 제기자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 정황은 구례 군정의 소통 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방증한다. 해당 고발 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및 최종 처분에 대한 명확한 정보 공개 역시 미흡한 실정으로, 의혹은 여전히 구례 사회를 떠도는 유령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 '5.18 왜곡' 매체에 군민 혈세… 역사 인식 부재 드러낸 '스카이데일리' 사태
김순호 군정 하에서 벌어진 의문스러운 예산 집행 사례는 공적 신뢰의 균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보도로 악명 높은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에 군민의 혈세로 광고비를 집행한 사건이다. 구례군은 2024년 ‘특산품 이미지 광고’ 명목으로 150만 원, 2025년 ‘산동신평농어촌도로 개설사업에 관한 주민동의 관련’ 광고 명목으로 161만 7천 원 등 총 311만 7천 원을 스카이데일리에 지출했다.  

스카이데일리는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 폭동’으로 규정하고 계엄군의 시민 학살은 없었다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5.18 기념재단으로부터 고발당한 매체다. 이러한 매체에, 그것도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깊은 호남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광고비를 집행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심각한 역사 인식 부재를 드러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참여자치21 등 시민단체들은 이를 ‘몰상식한 광고비 집행’이자 ‘후진적 예산 집행’이라고 강력히 규탄했으며 , 지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욱 공분을 산 것은 구례군의 안일한 사후 대처였다. 군 홍보팀 관계자는 “매체의 정치적인 성향을 몰라 광고비를 지급하게 됐다. 출입 금지 시키고 보도자료도 중단했다. 군 차원의 사과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는데 , 이는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스카이데일리의 극우적 성향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몰랐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는 군정 홍보 예산 집행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과 담당자들의 낮은 윤리 의식, 그리고 최종 결정권자인 김순호 군수의 관리 감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5.18 기념재단은 구례군을 포함한 관련 지자체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 상태다.  

이처럼 김순호 군수 재임 기간 동안 불거진 특혜 의혹, 비리 혐의, 그리고 상식 이하의 예산 집행 논란은 구례 군정의 공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순수’를 자랑하던 구례의 이미지는 이러한 논란들로 인해 얼룩지고 있으며, 군민들의 자긍심마저 상처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