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제22대 국회가 시작되면서부터 한 초선 의원이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46년간 단 한 명의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던 ‘여성 정치 불모지’ 전라남도 정치사에 마침표를 찍은 더불어민주당 권향엽(56·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의원이다. 그의 국회 입성은 단순한 세대교체나 인물 교체를 넘어선다. 70.09%라는 압도적 득표율은 특정 정당에 대한 관성적 지지를 넘어, 지역 유권자들이 그의 30여 년 경력과 정책 역량에 보낸 확고한 신임의 증표였다.

권 의원은 ‘준비된 일꾼’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등원과 동시에 ‘일하는 정치’의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쉼 없는 입법 활동과 정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견제는 그가 오랜 기간 중앙 정치 무대에서 쌓아온 내공의 결과물이다. 화려한 수사(言辭)가 아닌, 정책과 결과로 말하는 그의 의정활동은 지역의 기대가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국민의 삶을 바꾸고, 산업의 미래를 그리며,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그의 행보는 초선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깊고 넓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참배중인 권향엽의원

DJ 옥중서신에 감명받은 대학생, 30년 ‘정책 외길’을 걷다 권 의원의 정치적 뿌리는 1987년 민주화의 열망이 온 나라를 뒤덮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읽고 ‘인권이 존중받는 상식의 사회’를 만드는 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일념으로 평화민주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것이 그의 30여 년 ‘정책 외길’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정치는 가장 힘없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바꾸는 실용적 도구’라는 신념을 체득했다. 아래로부터의 소통과 연대를 통해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 방식은 그의 의정활동을 관통하는 확고한 원칙이 됐다.

권 의원의 이력은 초선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국정 전반을 아우른다. 더불어민주당 여성국장, 디지털미디어국장 등 중앙당의 핵심 당직을 역임하며 정책 기획 역량과 정무 감각을 익혔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국정 운영 실무를 깊이 있게 경험했다. 당시 육아휴직 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는 정책에 기여한 일은 그의 민생 중심 정책 역량을 보여주는 초기 성과로 꼽힌다.

그의 국정 경험은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으로 정점을 찍었다. 정부 고위직 인사의 성별·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중책을 맡았던 경험은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그의 핵심 의정활동 철학의 근간이 됐다. ‘균형 인사’의 책임자에서 ‘균형 발전’의 실행자로 역할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김상희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을 지내며 입법 과정과 국회 운영 메커니즘까지 현장에서 체득했다. 이처럼 정당, 청와대, 국회를 모두 거친 보기 드문 경력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권 의원은 등원 이후 현재까지 총 44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왕성한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입법 활동은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촘촘한 안전망’,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 산업 설계’, 그리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맞춤형 지역 발전’이라는 세 갈래로 명확하게 요약된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대통령과 함께

국민 안전망, 사각지대 없이 촘촘하게 짜다 권 의원의 입법 최우선 순위는 단연 ‘안전’이다. 그는 모든 노동자가 아플 때 소득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을 법제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이른바 ‘아프면 쉴 권리법’을 발의했다. 질병이 곧 빈곤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고리를 국가가 끊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사회적 재난으로 번진 전세사기 문제 해결에도 즉각 나섰다. 2025년 5월 만료 예정이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특별법’의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본회의 통과를 이끌었고, 현재 전국 6곳뿐인 전세피해지원센터를 17개 광역시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후속 법안을 내놓으며 피해자 보호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지원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시는 이 땅에 국가적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에 앞장섰다. 그 결과물인 ‘공항시설법’ 개정안은 조류충돌 예방 기본계획 수립을 법률로 규정하고, 활주로 인근 시설물에 부러지기 쉬운 재질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상의 새로운 위험 요인에도 발 빠르게 대처했다.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급증하는 충전시설 화재·폭발 우려에 대응해 충전시설 설치 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책임을 따지기 전에 피해자를 우선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법 철학을 관철시켰다.

이 외에도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재해구호물자 범위에 임시주거시설을 명시해 이재민의 주거 안정을 돕는 ‘재해구호법’ 개정안, 방과 후 돌봄활동 시 보호인력 배치를 의무화해 안전 공백을 막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대통령경호처가 법원의 영장 집행을 경호를 이유로 저지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영장 방해 경호 금지법’ 등 사회 전반의 안전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그의 입법 활동은 광범위하고 집요하다.

미래 산업의 초석을 놓다: K-스틸부터 기술주권까지 권 의원은 민생 안정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역구인 광양의 핵심 산업인 철강산업이 내수 위축, 글로벌 공급과잉,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자, 위기 극복을 위한 ‘K-스틸법’(철강산업 진흥 및 탈탄소 전환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대통령 소속 위원회 설치, 그린스틸클러스터 조성 등 친환경·저탄소 생산 전환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기술주권 침탈 방지법’도 발의했다. 외국 국적 개인이 국내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도 외국인투자로 간주해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률적 허점을 막는 것이 골자다. 나아가 과거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활동 경험을 살려 ‘AI 기본사회와 제조 AI의 만남’ 국회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AI 기술을 통한 산업 고도화와 디지털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모색하며 미래 어젠다를 선도하고 있다.

농어촌과 지역에 활력을, 현장의 목소리를 법으로 만들다 도농복합지역구 의원으로서 농어촌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입법에도 주력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 전기공급 사업에 대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을 기존의 임의 규정에서 ‘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강화하는 ‘농어촌 전기공급사업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기는 농어촌 주민의 기본생활을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라는 그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또한, 국내 드론의 약 70%가 농업용이라는 점에 착안, 수도권에 집중된 드론 안전성 인증 검사를 전국 권역별로 수행하도록 하는 ‘드론 지방 인증법’(항공안전법 개정안)을 내놓아 지방 농업인들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생활 밀착형 입법 성과를 냈다.

위원회에서 현안질의 하는 권향엽의원

지역 곳간 채우고, 국정에선 ‘송곳 견제’로 빛나다 권 의원은 ‘지역의 강력한 대변인’과 ‘유능한 정책 감시자’의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하고 있다. 등원 직후 행정안전부로부터 총 45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확보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예산은 순천 해룡면 농로 개설, 광양 배알도 수변공원 조성, 곡성 러스틱 타운 고도화, 구례 전통시장 시설 개선 등 4개 시군 10개 숙원 사업 해결에 투입되어 주민 편의 증진과 안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역 현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그의 해결사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2024년 첫 국정감사에서는 그의 정책 전문성과 날카로움이 빛을 발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분석 업체 ‘액트지오’와의 용역 계약 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국민 혈세 낭비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지원(TIPS) 사업 예산의 78%가 수도권에 편중된 사실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며 지역 불균형 시정을 강력히 촉구했고, 규제자유특구 지정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일부 지자체의 신청을 반려했음에도 ‘자진 철회’했다고 허위 답변한 사실을 밝혀내 제도 개선을 약속받는 등 탁월한 정책 감시 역량을 증명했다.

‘논란’은 실력으로 정면 돌파… 원칙과 소신으로 쌓은 신뢰 그의 정치 여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제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논란에 휩싸이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기득권에 안주하거나 논란 뒤에 숨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당의 전략공천 결정을 스스로 반납하고 경선을 요청한 것이다.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며 오직 당원과 주민의 선택으로 직접 평가받겠다는 정치적 소신과 자신감의 발로였다. 경선에서의 압도적 승리는 모든 논란을 일거에 불식시키고 그의 정치적 정당성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위기의 순간에 원칙을 지키는 리더십으로 오히려 더 큰 정치적 신뢰를 쌓은 것이다.

민주화 운동가의 신념과 30년 경력의 정책 전문가, 현장을 중시하는 생활 정치인의 면모를 두루 갖춘 권향엽 의원. 그의 비전은 ‘순천-광양-곡성-구례 상생 클러스터 구축’과 ‘전남 동부권 의대 유치’ 등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포부에 집약돼 있다. 46년 만의 전남 여성 지역구 의원이라는 역사적 소명에 그는 이미 눈에 보이는 성과로 화답하고 있다. 지역민의 압도적 지지를 동력 삼아 그가 만들어갈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지평이 주목된다. 그의 인상적인 의정활동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