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의 한 해 예산은 약 7천억 원에 육박한다. 군민의 세금과 중앙정부의 교부금으로 이루어진 이 막대한 자금은 어디에 보관되고 어떻게 관리될까? 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장흥군 '주금고(主金庫)'다. 현재 장흥군 제1금고는 NH농협은행 장흥군지부가 맡고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금고 지정은 금융기관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지자체에게는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중요한 선택이다.

장흥군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온 NH농협은행의 금고 운영 실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과연 금고은행은 군의 수익을 얼마나 극대화했으며, 그 혜택은 군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지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꼼꼼히 짚어본다.

부동의 1위, 지난 4년간의 금고 지정 현황

지방자치단체 금고 계약 기간은 「지방회계법」에 따라 4년이다. 장흥군은 최근 4년을 넘어 수십 년간 NH농협은행을 제1 금고로 지정해왔다. 2025년 올 해 하반기 재공고에서도 NH농협은행은 무난히 재선정되어 또다시 내년부터 2029년 12월 말까지 장흥군의 금고를 책임진다.

이러한 '부동의 1위' 현상은 장흥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농어촌 지역에서 농협은행은 압도적인 지점망과 지역 밀착도를 무기로 금고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금고 지정 평가항목 중 '주민 이용 편의성(관내 지점 및 ATM 수 등)'과 '금고업무 관리능력(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성)'에서 다른 시중은행이 따라오기 힘든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다 보니, 사실상 다음 금고 역시 NH농협은행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금고은행의 수익 극대화, 그 비밀은 '예대마진'

금융기관들이 수백억 원의 출연금(협력사업비)을 약속하며 금고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막대한 '저비용성 예금' 확보다.

장흥군의 1년 예산 7천억 원은 연초에 한꺼번에 들어와 연말에 모두 소진되는 구조가 아니다. 세금이 걷히고 사업비가 집행되면서 수시로 입출금이 발생하지만, 연평균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항상 금고 계좌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를 '평잔(평균잔액)'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 막대한 군 자금에 지급되는 이자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지자체 공공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는 보통예금이나, 이율이 매우 낮은 별단예금 형태로 관리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거의 '공짜'로 수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은행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재원으로 개인 신용대출(5~7%대), 주택담보대출(4~5%대), 기업대출 등 높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운용해 막대한 이자수익, 즉 '예대마진'을 얻는다. 이것이 금고 운영의 가장 큰 수익원이다.

여기에 군청 소속 공무원들의 급여계좌 유치를 통한 주거래 고객 확보, 세금 납부를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군민 및 기업 대상의 파생 영업 기회까지 고려하면 금고은행의 실질적인 이익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군 살림의 이자 수익, 지난 4년간의 이율 추이는?

그렇다면 지난 4년간 장흥군은 금고 예금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자 수익을 얻었을까? 특히 금리 변동이 심했던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초저금리 시대 (2020년 ~ 2021년 중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까지 떨어졌던 시기다. 이때는 시중 모든 예금금리가 바닥을 쳤기 때문에, 장흥군 역시 금고 예금을 통해 얻은 이자 수익은 미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시 경제 상황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고금리 급등기 (2022년 ~ 2023년): 문제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3.5%까지 치솟았고,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5%를 넘나들었다. 이때 장흥군이 금고은행과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예금금리를 현실화했는지가 핵심이다. 만약 군의 여유자금을 보통예금 계좌에 그대로 방치했다면, 군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얻을 수 있었던 수십억 원의 이자 수익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된다. 한 금융 전문가는 "고금리 시기에는 지자체가 여유자금을 단기 정기예금이나 MMT(머니마켓신탁) 등 고금리 상품으로 적극 전환하여 이자 수익을 극대화했어야 한다"며 "금고은행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금리 인상분을 반영해주었는지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민이 받은 혜택과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금고은행은 수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군민 편의 증진: NH농협은행은 읍면 단위까지 뻗어있는 압도적인 지점망을 통해 군민들의 지방세, 상하수도 요금 등 각종 공과금 납부 편의를 제공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장흥군의 특성상, 온라인 뱅킹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가까운 농협 창구는 중요한 공공 금융 인프라 역할을 했다.

지역경제 기여: 금고은행의 가장 큰 순기능은 지역 내 자금 선순환이다. 농협은행은 장흥군지부를 통해 지역 농업인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필요한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을 대출해 주며 지역경제의 혈맥 역할을 했다. 특히 농업이 중심인 장흥에서 농업정책자금 대출, 농기계 구입자금 지원 등은 농가 경영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은행에 고용된 직원들이 지역 주민으로서 소비 활동을 하는 것 역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금고 운영으로 발생한 막대한 수익이 온전히 장흥군 내에 재투자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익의 상당 부분은 중앙회로 보내져 다른 지역의 투자나 은행 전체의 이익으로 귀속된다. '지역의 돈이 지역에서 돌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고의 사회공헌, '협력사업비'는 어떻게 쓰였나?

금고 지정 평가의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이다. 이는 통상 '출연금' 또는 '협력사업비'라는 명목으로 금고은행이 지자체에 제공하는 기부금을 의미한다.

NH농협은행 장흥군지부는 지난 4년간 금고 약정에 따라 매년 일정 금액의 협력사업비를 장흥군에 제공해왔다. 이 자금은 주로 ▲장흥군인재육성장학금 기탁 ▲정남진 장흥 물축제 등 지역 대표 축제 후원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탁 ▲지역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에 환원되었다.

특히 농협은행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농촌 일손돕기, 환경정화 활동, 금융사기 예방 교육 등 다채로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며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려 노력했다. 이는 단순한 시중은행과는 차별화되는 농협은행만의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당연한 동반자'를 넘어 '깐깐한 파트너'로

종합적으로 볼 때, NH농협은행은 지난 4년간 장흥군의 금고로서 안정적인 행정 지원과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을 통해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압도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군민 편의 제공과 농업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는 다른 은행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그러나 '독점'은 안주를 낳기 쉽다. 경쟁 없는 금고 지정이 반복되면서, 군이 금고은행과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협상력'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금리 시기 이자 수익 극대화 노력, 협력사업비 규모와 사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 지역경제 재투자 비율 확대 등은 앞으로 장흥군이 금고은행에 더욱 깐깐하게 요구해야 할 부분이다.

군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금고인 만큼, 군민들은 금고 운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흥군은 금고은행을 '당연한 동반자'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군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견제하는 '깐깐한 파트너'로 대해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차기 금고 지정 과정에서 장흥군이 얼마나 더 투명하고 실리적인 기준을 제시할지 군민 모두가 지켜봐야 할 때다.

출처 k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