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에 울려퍼진 한 맺힌 울음소리
수해복구 피해보상을 놓고 벌어진 비난의 눈초리
김지해 기자입력 : 2021. 08. 09(월) 17:02
구례군 피해현황
지난해 8월 구례군에는 평균 400㎜의 폭우가 쏟아졌다. 8월 7~8일 상류 댐들이 방류량을 늘리면서 강물이 넘쳐 주택·상가 1300여 채와 농작물·하우스 410㏊가 침수되고 소 785마리 등 가축 2만 3천 마리가 폐사하는 등 수천억 원대의 재산피해가 났다. 1천818명이 이번 수해의 원인이 정부의 부실한 댐 관리 부실에 있다며, 1일 정부 등을 상대로 1098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배상 절차에 나섰다.

구례군 섬진강 수해참사 피해자 구례군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섬진강 범람에 따른 주민의 피해를 발생 1년 안에 조속히 배상해야 한다"며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대책위는 1톤 트럭 1대 분량 약 2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관련 서류를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영산강홍수통제소·한국농어촌공사·익산지방국토관리청·전남도·구례군 등 11곳에 제출했다.

이후 대책위는 세종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전 발생한 수해 참사 피해액 전액을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정부 유관기관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는 8일이면 섬진강댐 과대 방류로 하류지역 주민이 수해 참사를 겪은 지 정확히 1년이 된다"라며 "순식간에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는 등 재산상은 물론이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아직까지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기관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자신들의 소임을 다 하지 못해 초래한 예고된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라며 "수해 원인 조사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결과를 내놓으며 수해 주민을 두 번 울리면서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해 주민은 환경 분쟁 조정 신청을 통해 이번 섬진강 수해 참사가 댐 관리 운영의 주무 부처인 환경부를 비롯해 한국수자원공사, 홍수통제소 등 국가기관의 직무 유기와 방임에 따른 국가 재난임을 분명히 하고 그에 걸맞은 정당한 배상을 받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환경 분쟁 조정 신청 피청구 기관으로 환경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국가 물관리 위원회, 기상청, 영산강홍수통제소,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전라남도, 구례군 등 11개 기관을 지목했다. 이어 "이들 기관은 집중 호우의 예측 가능성과 기상청의 장단기 홍수예보, 댐 하류 상황을 고려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민 안전에 소홀한 점은 본인들의 의무를 태만히 하고 직무를 유기한 책임이 크다"라며 “주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지역의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국가 물관리 위원회가 섬진강 범람의 주요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봤다. 대책위는 "댐 기능을 치수에서 이수기능으로 전환하는 정책에 기반해 100억 톤의 자원 확보를 지시하고 이행토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홍수기 저수위를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피해에 대한 100% 배상 △1년 내 피해액의 50% 선지급 △배상 시 기존 지원금 공제 조항 삭제 △손해사정사 조사 100% 적용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구례군 2천여 피해 주민은 물론 지난해 수해를 입은 5개 댐 하류지역 주민들과 연대를 통해 수해물품 청와대 반납 등 보다 강력한 수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작년 수해 보고서 발표 약 두 달 전인 6월 9일, 환경부 승인을 받아 댐 관리 규정을 바꾸었다. 개정 전 규정의 홍수 조절 조항은 '댐 수위를 홍수기 제한 수위 이하로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변경 후 이 조항은 '기상청 강우 예 보량을 반영하여 홍수기 제한 수위 이하로 저하될 때까지 방류를 지속하여야 한다'라고 바뀌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댐 수위가 일시적으로 수위를 넘는 건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과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굴하지 않고 섬진강댐 하류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는 앞서 수해 원인이 댐의 홍수조절용량 부족과 하천 관리 부실 때문이며 급격한 댐 방류량 확대는 규정에 벗어나지 않았다고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전남 구례 주민들이 지난해 섬진강댐 하류 지역 수해 원인에 대한 정부의 최종 조사 보고서에 대해 '책임회피용'이라며 비판했다.

이후 섬진강 수해 극복 구례군민 대책 본부와 섬진강 수해 참사 피해자 구례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26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최종 용역조사 결과 발표 현장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늘 발표한 최종 보고서는 수해 원인 제공자인 한국수자원공사, 홍수통제소 등 정확한 원인 주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수해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보고서"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법까지 바꿔가며 구례에서 발생한 최악의 수해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이기적인 행태는 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등한시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재민 피해 구제는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진행된다. 주민들이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위원회가 지역별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배상액과 배상 비율을 정해 조정안을 낸다. 조정안이 받아들여지면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무엇이 구례 수해 주민들을 위한 일인지 생각하고, 이재민 피해 구제 조정안을 조속하게 받아들여 수해 주민들의 서글픈 눈물을 닦아줘야 할 것이다.
김지해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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