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군수 김철우)이 행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최근 불거진 산림조합과의 갈등을 계기로, 군은 계약 시스템 전반을 손질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당 지급금 환수라는 강수를 둔 데 이어, 1천만 원 초과 사업에 대한 전자입찰 전면 시행을 예고하며 논란의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미봉책을 넘어, 지역 사회의 해묵은 관행을 뿌리 뽑고 새로운 계약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갈등의 시작, 7천9백만 원 환수 통보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보성군이 산림조합에 부당하게 지급된 부가세와 이윤 등 약 7천9백만 원을 반환하라고 통보하면서부터다. 군은 ‘2024년 조성농공단지 기후 대응 도시 숲 조성사업’과 관련해, 면세사업자인 산림조합에 부가세 등이 포함된 사업비가 지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이러한 군의 결정은 그동안 지역 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지자체와 산림조합 간의 계약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대해 보성군산림조합 측은 즉각 반발했다. 조합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근종 조합장은 기고문을 통해 “산림조합은 카르텔을 형성할 권한도, 예산도, 이권도 없다”며 법적 근거에 따른 정당한 계약이었음을 주장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논란은 지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4년 3년연속 종합청렴도 1위를 달성한 보성군

칼 빼 든 보성군, ‘전자입찰’ 확대 시행 논란이 확산되자 보성군은 더욱 강력한 제도 개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9월부터 추정가격 1천만 원을 초과하는 모든 발주 사업에 대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을 이용한 전자입찰을 시행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기존에는 2천만 원 초과 사업에 한해 전자견적 수의계약을 시행해왔으나, 그 기준을 대폭 강화해 소액 계약까지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계약 상대자와의 대면 접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시비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실 보성군은 이전부터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나라장터 등을 통해 다수의 소액 수의계약 전자견적 공고를 집행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흐름을 ‘1천만 원 초과’ 사업까지 전면 확대하고 상시화하여, 공정 계약 문화를 군정 전반에 뿌리내리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인 셈이다.

김철우 보성군수

신뢰 회복의 길, 투명한 과정이 답이다 이번 보성군의 결정은 최근 제기된 관급자재 입찰 관련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월, 한 언론은 벌교문화복합센터 건립 공사의 관급자재 구매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 밀어주기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보도하며 입찰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성군이 계약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한 것은, 군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물론 제도 개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실천이다. 보성군산림조합 측이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론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보성군이 논란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길을 택했다는 점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이번 노력이 군민들의 신뢰를 얻고, 지역 사회 전체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