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년간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던 화순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으로 2023년 6월 멈춰 섰던 화순광업소 부지에 바이오·식품 농공단지와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는 ‘폐광지역 경제진흥 개발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을 넘었다. 총사업비 3,579억 원, 그중 국비만 7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석탄의 시대가 저물고, 그 잿더미 위에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의 씨앗이 뿌려지는 순간이다.

개발에대한 기대, 남겨진 과제들 폐광이 남긴 상처는 깊었다. 산업 기반 붕괴와 인구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개발을 넘어, 침체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에게 미래를 제시할 희망의 마중물이다. 전라남도와 화순군은 5,600여 명의 고용과 1조 1,7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의료·식품 농공단지와 스마트팜 단지라는 두 축은, 광산업에 의존했던 낡은 경제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담대한 시도다. 118년 석탄의 역사를 딛고 대한민국 지역재생의 성공 모델을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광산 복구 방식을 둘러싼 안전과 환경 우려는 예타 통과와 별개로 풀어야 할 숙제다.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지역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예타 통과는 첫 단추를 꿴 것일 뿐, 중앙투자심사 등 복잡한 행정 절차가 남아있다. 2028년 착공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좌절 딛고 이뤄낸 값진 결실 이번 예타 통과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초 화순군은 복합관광단지를 포함한 계획을 제출했으나, ‘민간 자본 중심 계획은 국가 재정 투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의견을 수용해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공공성과 사업성에 집중한 이 전략적 선택이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은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성과는 행정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동면폐광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민의 간절한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복규 화순군수의 말처럼 “군민과 행정,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이뤄낸 값진 결실”이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화순 폐광지역이 대한민국 지역재생의 성공 모델이 되도록 전남도가 앞장서겠다”며 의지를 다졌고, 신정훈 국회의원 역시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일궈낼 계기가 마련됐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화순은 이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폐광의 아픔을 딛고 미래 혁신산업 도시로 재도약하려는 화순의 도전은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중요한 시험대다. 남겨진 과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지역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낼 때, 화순은 비로소 성공 모델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