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소멸의 벽, '정책통' 조성철의 정면돌파
떠나는 농촌서 머무는 함평으로, 조성철의 미래 청사진
"군민이 자산", 이전 사업 갈등 속 상생의 해법
추억 아닌 삶의 터전, 생태계를 꿈꾸는 그의 도전
"군민이 자산", 이전 사업 갈등 속 상생의 해법
추억 아닌 삶의 터전, 생태계를 꿈꾸는 그의 도전
유우현 기자입력 : 2025. 12. 22(월) 13:34
조성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조성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 17년 언론인 경력을 뒤로하고 고향 함평을 위해 나섰다. 오마이뉴스 본부장 등을 거치며 사회 부조리를 해부하던 그의 시선은 이제 함평의 난제를 푸는 정책적 대안으로 향하고 있다. 실질적인 결과물을 강조하는 그의 '일하는 정치'가 지역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마주한 고향 함평은 지금 지방소멸의 거센 파고 앞에 서 있다. 나비 대축제의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남겨진 것은 폐교된 학교와 늘어가는 빈집, 그리고 노인들의 깊은 한숨이다. 통계청이 내놓는 '지방소멸 위험지역'이라는 건조한 지표는 이곳 군민들에게는 매일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현실이다. 이 위기의 한복판에서 조성철 부의장은 "관성처럼 굳어진 지역의 위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 돌아온 자리, 다시 묻는 질문
조성철 부의장의 이력은 단정하지 않다. 조선대 재학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3년 10개월 옥고를 치렀다. 출소 뒤에는 경실련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시민사회에서 일했고, 2000년부터 17년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살았다. 함평초·함평중을 다닌 ‘신광 사람’은 그렇게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사회의 변두리를 오래 취재했다.
그가 다시 함평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를 두고, 지역에서는 자연히 ‘선거’라는 말을 먼저 꺼낸다. 실제로 그는 내년 함평군수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인물로 거론된다. 다만 그가 강조하는 대목은 ‘누가 남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다. 비판하던 자리에서 실행하는 자리로 옮기면, 말의 책임이 예산과 행정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 그 변화가 그를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 17년 기자의 눈이 남긴 ‘진단 습관’
기자 출신 정치인을 흔히 ‘말 잘하는 사람’으로 묶지만, 조성철 부의장이 가져온 것은 말보다 질문의 방식이다. 그는 취재 현장에서 늘 “누가 비용을 내는가”를 먼저 물었다. 숫자와 문장 사이에서 빠진 사람을 찾는 일, 보도자료가 덮어 둔 사정을 확인하는 일이 직업이었다.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장으로 일하던 시절, 지역의 불편은 ‘사연’이 아니라 ‘원인’이 있다는 걸 반복해서 확인했다.
그 습관은 고향에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임명된 뒤, 그는 지역 현안을 ‘민원’이 아니라 ‘구조’로 설명하려 한다. 한 번의 지원금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 규제로 묶이는 땅과 산업의 연쇄, 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식이다. 기자 시절에는 “왜 그랬나”를 물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고칠 건가”를 남겨야 한다.
■ ‘축산자원개발부 이전’ 앞에서, 말보다 먼저 움직였다
12월 함평을 달구는 현안은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이전 문제다. 개발부가 함평 신광면 일대로 옮겨오면 반경 3㎞가 방역대로 설정돼 개발이 제한되고, 지역 축산농가의 생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4개 마을 187명의 이주·생계 대책도 걸려 있다. 조성철 부의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 피해조사와 보상대책 마련, 주민 면담을 요구했다.
이 사안은 ‘찬반’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이전이 완료되면 연구 인력 200여 명이 상주하고,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대로 방역대에 묶인 땅과 축산업이 받는 타격은 숫자로만 환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성철 부의장은 “재산권 침해”와 “생존권 위협”을 전제로, 피해를 인정한 뒤 대책을 세우라는 순서를 요구했다.
갈등은 ‘주민이 보상을 더 요구해 지연된다’는 취지로 보고됐고, 지역에서는 “현장의 피해가 축소됐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함평범군민대책위는 “제대로 된 보상 없이는 이전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추진 중”이라며 보상협의가 진행됐고, 보상금도 상당 부분 지급됐다는 설명을 내놨다.
서로의 주장 사이에서 조성철 부의장이 택한 방식은 ‘중간에서 타협’이 아니라 ‘정보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는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 직함으로 문제를 끌어올려, 중앙당과 정부에 “사실에 기반한 재보고”와 “종합 보상대책”을 요구했다. 또 주민이 제안한 기본소득·스마트팜 같은 대안을 ‘조건’이 아니라 ‘협상안’으로 올려놓자고 했다. 민주평통 상임위원이라는 직함은 이런 요구가 지역을 넘어 중앙의 의사결정 테이블에 닿게 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 사람을 남기는 정치, 함평의 다음 세대를 향하여
끝내 그의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함평의 미래는 ‘무엇을 가져오느냐’보다 ‘누가 떠나지 않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연구기관 하나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떠밀린 사람의 삶이 다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향을 ‘추억’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남은 사람의 생활을 지키는 일이, 결국 함평의 다음 세대를 부르는 유일한 정책이라고 믿는다. 기자의 눈으로 진단하고 정책가의 발로 뛰는 조성철. 그가 써 내려가는 함평의 새로운 ‘기사’가 이제 막 서론을 끝내고 본론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가 마주한 고향 함평은 지금 지방소멸의 거센 파고 앞에 서 있다. 나비 대축제의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남겨진 것은 폐교된 학교와 늘어가는 빈집, 그리고 노인들의 깊은 한숨이다. 통계청이 내놓는 '지방소멸 위험지역'이라는 건조한 지표는 이곳 군민들에게는 매일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현실이다. 이 위기의 한복판에서 조성철 부의장은 "관성처럼 굳어진 지역의 위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 돌아온 자리, 다시 묻는 질문
조성철 부의장의 이력은 단정하지 않다. 조선대 재학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3년 10개월 옥고를 치렀다. 출소 뒤에는 경실련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시민사회에서 일했고, 2000년부터 17년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살았다. 함평초·함평중을 다닌 ‘신광 사람’은 그렇게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사회의 변두리를 오래 취재했다.
그가 다시 함평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를 두고, 지역에서는 자연히 ‘선거’라는 말을 먼저 꺼낸다. 실제로 그는 내년 함평군수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인물로 거론된다. 다만 그가 강조하는 대목은 ‘누가 남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다. 비판하던 자리에서 실행하는 자리로 옮기면, 말의 책임이 예산과 행정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 그 변화가 그를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 17년 기자의 눈이 남긴 ‘진단 습관’
기자 출신 정치인을 흔히 ‘말 잘하는 사람’으로 묶지만, 조성철 부의장이 가져온 것은 말보다 질문의 방식이다. 그는 취재 현장에서 늘 “누가 비용을 내는가”를 먼저 물었다. 숫자와 문장 사이에서 빠진 사람을 찾는 일, 보도자료가 덮어 둔 사정을 확인하는 일이 직업이었다.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장으로 일하던 시절, 지역의 불편은 ‘사연’이 아니라 ‘원인’이 있다는 걸 반복해서 확인했다.
그 습관은 고향에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임명된 뒤, 그는 지역 현안을 ‘민원’이 아니라 ‘구조’로 설명하려 한다. 한 번의 지원금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 규제로 묶이는 땅과 산업의 연쇄, 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식이다. 기자 시절에는 “왜 그랬나”를 물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고칠 건가”를 남겨야 한다.
■ ‘축산자원개발부 이전’ 앞에서, 말보다 먼저 움직였다
12월 함평을 달구는 현안은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이전 문제다. 개발부가 함평 신광면 일대로 옮겨오면 반경 3㎞가 방역대로 설정돼 개발이 제한되고, 지역 축산농가의 생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4개 마을 187명의 이주·생계 대책도 걸려 있다. 조성철 부의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 피해조사와 보상대책 마련, 주민 면담을 요구했다.
이 사안은 ‘찬반’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이전이 완료되면 연구 인력 200여 명이 상주하고,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대로 방역대에 묶인 땅과 축산업이 받는 타격은 숫자로만 환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성철 부의장은 “재산권 침해”와 “생존권 위협”을 전제로, 피해를 인정한 뒤 대책을 세우라는 순서를 요구했다.
갈등은 ‘주민이 보상을 더 요구해 지연된다’는 취지로 보고됐고, 지역에서는 “현장의 피해가 축소됐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함평범군민대책위는 “제대로 된 보상 없이는 이전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추진 중”이라며 보상협의가 진행됐고, 보상금도 상당 부분 지급됐다는 설명을 내놨다.
서로의 주장 사이에서 조성철 부의장이 택한 방식은 ‘중간에서 타협’이 아니라 ‘정보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는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 직함으로 문제를 끌어올려, 중앙당과 정부에 “사실에 기반한 재보고”와 “종합 보상대책”을 요구했다. 또 주민이 제안한 기본소득·스마트팜 같은 대안을 ‘조건’이 아니라 ‘협상안’으로 올려놓자고 했다. 민주평통 상임위원이라는 직함은 이런 요구가 지역을 넘어 중앙의 의사결정 테이블에 닿게 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 사람을 남기는 정치, 함평의 다음 세대를 향하여
끝내 그의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함평의 미래는 ‘무엇을 가져오느냐’보다 ‘누가 떠나지 않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연구기관 하나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떠밀린 사람의 삶이 다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향을 ‘추억’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남은 사람의 생활을 지키는 일이, 결국 함평의 다음 세대를 부르는 유일한 정책이라고 믿는다. 기자의 눈으로 진단하고 정책가의 발로 뛰는 조성철. 그가 써 내려가는 함평의 새로운 ‘기사’가 이제 막 서론을 끝내고 본론으로 접어들고 있다.
유우현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