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바다 위를 걷다, 보성 대한다원
삼나무 숲길 너머 170만 평 차밭이 펼쳐진다
녹차 아이스크림 한입, 여행이 달콤해지는 순간
봄부터 겨울까지, 축제가 이어지는 사계절 명소
녹차 아이스크림 한입, 여행이 달콤해지는 순간
봄부터 겨울까지, 축제가 이어지는 사계절 명소
김태리 기자입력 : 2025. 07. 02(수) 11:37
계단식으로 펼쳐진 대한다원 녹차밭의 전경.
한 번쯤 “보성”이라는 지명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녹차밭일 것이다. 그 대표 격이 바로 대한다원이다. 전라남도 보성읍 봉산리, 해풍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구릉 위에 자리 잡은 이 다원은 1957년 처음 차나무가 뿌리를 내린 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초록빛 파노라마를 키워 왔다. 현재 차밭만 170만 평, 여의도 절반에 버금가는 면적이 온통 차나무로 장관을 이룬다.
입장료는 성인 4천 원, 청소년·경로 우대 3천 원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이른 아침 피톤치드가 가득한 삼나무 숲길이 여행자를 맞는다. 푹신한 잔길 위를 10여 분 오르내리다 보면 몸이 먼저 한껏 깊어지는 숨을 내쉰다. 숲길 끝 전망대에 서면 능선을 따라 S자 곡선으로 휘감긴 차두렁이 남해의 수평선과 맞닿으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해 뜰 무렵에는 물안개가 부드럽게 떠올라 차밭이 구름 바다 위 초록 섬처럼 떠오르고, 해 질 녘엔 빛이 잔물결처럼 스미며 금빛 그라데이션을 완성한다. SNS에 ‘보성 인증샷’을 올리고 싶다면 이 두 시간대가 단연 황금 시간이다.
오르막길의 땀을 식히기엔 대한다원 쉼터만 한 곳이 없다. 카페 메뉴판 첫머리에 자리한 ‘녹차 아이스크림’은 컵·콘 모두4 천 원, 보기보다 묵직한 한 컵에 보성산 말차가루가 아낌없이 들어간다. 쌉싸래한 녹차 향과 우유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차를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아이스크림은 꼭 먹는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같은 말차 베이스에 에스프레소를 곁들인 ‘녹차 아포가토’도 인기인데, 주말이면 아이스크림만 하루 수천 개가 나갈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한다원에서 ‘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문화가 된다. 매년 4·5월에는 찻잎 따기와 전통 다례 시연이 열리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어린이를 위한 말차 쿠킹 클래스도 운영된다. 가을엔 우전·세작·중작·대작으로 나뉜 햇차가 기념품 매대를 가득 메우는데, 수확 시기에 따라 풍미가 미묘하게 달라져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차박물관, 차 문화공원, 그리고 차밭을 둘러싸고 난 길 위에선 ‘티 트레킹’과 ‘녹차 테라피’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쉬어 간다.
대한다원의 매력은 축제 시즌에 절정을 찍는다. 매년 5월 초 열리는 ‘보성다향대축제’는 찻잎 따기, 차 만들기, 티 마스터컵, 드론 라이트쇼, 인기 가수들의 야외 콘서트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봄날 녹차밭을 들썩이게 만든다. 2025년 제48회 축제는 5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이어졌고, 공연 라인업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전면 무료 입장이라는 사실이 여행객의 부담을 덜어 준다.
겨울철엔 차밭의 능선을 따라 수십 만 개 LED 전구가 켜지는 ‘빛 축제’가 열려, 낮엔 녹차 향에 취하고 밤엔 오색 불빛에 눈이 호강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교통편도 어렵지 않다. 광주 유스퀘어터미널에서 보성행 버스로 약 70분, 터미널 앞 시내버스를 갈아타면 20 분 남짓이면 다원 입구에 닿는다. 승용차라면 광주 송정IC에서 국도 2·18호선을 따라 1시간 거리다. 주차장은 승용차와 대형버스를 모두 무료로 수용한다. 당일치기 코스로도 충분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인근 한국차박물관·율어계곡·차향 가득한 로컬 카페를 엮어 1박 2일 일정을 짜보는 것도 추천한다.
계절마다 풍경은 영화 필름처럼 바뀐다. 봄엔 연둣빛 새순이 산들산들 손짓하고, 여름엔 안개가 능선을 감싸 차밭 위에 신비로운 호수를 만들며, 가을이면 차나무 잎이 금빛으로 물들어 낭만을 더한다. 겨울밤 빛 축제의 레이저와 불빛은 차밭 능선을 또 다른 은하로 탈바꿈시킨다. 한 해 네 번, 같은 곳에서 전혀 다른 추억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대한다원이 지닌 특별한 시간 여행의 힘이다.
끝으로, 여행 팁을 귀띔하자면 미리 운동화를 챙겨 가벼운 발걸음을 준비하고, 기념품으로는 우전·세작 햇차 세트를 추천한다. 오후 4시 이후에는 햇볕이 부드러워 사진이 특히 아름다우니 카메라 배터리는 넉넉히 준비하길. 푸른 빛이 감도는 차향 속에서 한 잔의 여유, 한 컷의 추억, 한 입의 달콤함이 모두 완성되는 곳—올봄, 보성 대한다원에서 당신만의 초록 시간을 만나 보자.
입장료는 성인 4천 원, 청소년·경로 우대 3천 원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이른 아침 피톤치드가 가득한 삼나무 숲길이 여행자를 맞는다. 푹신한 잔길 위를 10여 분 오르내리다 보면 몸이 먼저 한껏 깊어지는 숨을 내쉰다. 숲길 끝 전망대에 서면 능선을 따라 S자 곡선으로 휘감긴 차두렁이 남해의 수평선과 맞닿으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해 뜰 무렵에는 물안개가 부드럽게 떠올라 차밭이 구름 바다 위 초록 섬처럼 떠오르고, 해 질 녘엔 빛이 잔물결처럼 스미며 금빛 그라데이션을 완성한다. SNS에 ‘보성 인증샷’을 올리고 싶다면 이 두 시간대가 단연 황금 시간이다.
오르막길의 땀을 식히기엔 대한다원 쉼터만 한 곳이 없다. 카페 메뉴판 첫머리에 자리한 ‘녹차 아이스크림’은 컵·콘 모두4 천 원, 보기보다 묵직한 한 컵에 보성산 말차가루가 아낌없이 들어간다. 쌉싸래한 녹차 향과 우유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차를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아이스크림은 꼭 먹는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같은 말차 베이스에 에스프레소를 곁들인 ‘녹차 아포가토’도 인기인데, 주말이면 아이스크림만 하루 수천 개가 나갈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한다원에서 ‘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문화가 된다. 매년 4·5월에는 찻잎 따기와 전통 다례 시연이 열리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어린이를 위한 말차 쿠킹 클래스도 운영된다. 가을엔 우전·세작·중작·대작으로 나뉜 햇차가 기념품 매대를 가득 메우는데, 수확 시기에 따라 풍미가 미묘하게 달라져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차박물관, 차 문화공원, 그리고 차밭을 둘러싸고 난 길 위에선 ‘티 트레킹’과 ‘녹차 테라피’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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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다원의 대표 먹거리인 녹차 아이스크림. |
겨울철엔 차밭의 능선을 따라 수십 만 개 LED 전구가 켜지는 ‘빛 축제’가 열려, 낮엔 녹차 향에 취하고 밤엔 오색 불빛에 눈이 호강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교통편도 어렵지 않다. 광주 유스퀘어터미널에서 보성행 버스로 약 70분, 터미널 앞 시내버스를 갈아타면 20 분 남짓이면 다원 입구에 닿는다. 승용차라면 광주 송정IC에서 국도 2·18호선을 따라 1시간 거리다. 주차장은 승용차와 대형버스를 모두 무료로 수용한다. 당일치기 코스로도 충분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인근 한국차박물관·율어계곡·차향 가득한 로컬 카페를 엮어 1박 2일 일정을 짜보는 것도 추천한다.
계절마다 풍경은 영화 필름처럼 바뀐다. 봄엔 연둣빛 새순이 산들산들 손짓하고, 여름엔 안개가 능선을 감싸 차밭 위에 신비로운 호수를 만들며, 가을이면 차나무 잎이 금빛으로 물들어 낭만을 더한다. 겨울밤 빛 축제의 레이저와 불빛은 차밭 능선을 또 다른 은하로 탈바꿈시킨다. 한 해 네 번, 같은 곳에서 전혀 다른 추억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대한다원이 지닌 특별한 시간 여행의 힘이다.
끝으로, 여행 팁을 귀띔하자면 미리 운동화를 챙겨 가벼운 발걸음을 준비하고, 기념품으로는 우전·세작 햇차 세트를 추천한다. 오후 4시 이후에는 햇볕이 부드러워 사진이 특히 아름다우니 카메라 배터리는 넉넉히 준비하길. 푸른 빛이 감도는 차향 속에서 한 잔의 여유, 한 컷의 추억, 한 입의 달콤함이 모두 완성되는 곳—올봄, 보성 대한다원에서 당신만의 초록 시간을 만나 보자.
김태리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