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됐으니 공짜로 드세요"…7천 원 백반집의 '희망 밥상'
- 5·18 무료 급식소에서 출발…오월 영령 제사상 차리는 주인의 '광주 정신'
- "이것이 광주의 민심"…한 끼 식사에 담아낸 정치적 저항과 희망의 연대
- '촛불’ 들었던 시민들 위해…시대의 고비마다 솥을 연 어머니의 마음
- 가장 낮은 곳에서 차려낸, 가장 뜨거운 희망의 밥상
강주성 기자입력 : 2025. 07. 18(금)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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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광주의 한 작은 식당이 내건 ‘무료 식사’ 안내문은 그 자체로 조용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기념’.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곳 주인 양정자(68) 여사는 뜨거운 ‘밥’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열망을 담아 아낌없이 솥을 연 그의 식당. 광주 서구 쌍촌동, 꺼져가는 상권 속에서 꿋꿋이 온기를 지키는 ‘양여사 가정식 백반’은 5·18의 아픔과 시대의 정의, 이웃을 향한 연대가 뜨겁게 끓고 있는 희망의 부엌이다.



“이모카세? 진짜 엄마 밥상이지” 광주시청 건너편, 한때 광주의 중심지로 불렸던 상무지구 뒷골목은 스산하기만 하다. ‘임대 문의’가 붙은 빈 점포들 사이로 ‘양여사 가정식 백반’이라는 소박한 간판이 눈에 띈다. 이곳의 주인 양 여사는 식당 운영이 처음인 ‘초보 사장님’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넷 지도에도 가게 정보 하나 올라와 있지 않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면 주변 관공서 직원부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엔 정해진 메뉴판이 없다. 매일 아침 양 여사가 직접 시장을 봐 온 100% 국내산 제철 식재료가 그날의 메뉴가 된다. 요즘 유행하는 ‘오마카세’에 빗대 ‘이모카세’라 부르는 손님도 있지만, 그보다는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단돈 7,000원에 뜨끈한 오리탕을 중심으로 매일 바뀌는 10여 가지의 반찬이 뷔페식으로 차려진다. 맛이 깔끔하고 정갈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식당을 찾는 손님은 물론, 반찬만 따로 사가는 동네 주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이 깊은 손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이 공간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였다. 5·18 당시 20대 청춘을 광주에서 보낸 양 여사는 그날의 상처와 후유증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밥을 지었다. 하지만 운영난으로 급식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식사를 책임지던 양 여사가 5·18 단체 본부장의 도움을 받아 직접 인수하고 식당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밥상으로 외치는 시대정신과 오월의 넋 양 여사의 밥상은 때로 시대의 불의에 저항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매개가 된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어 구속되던 격동의 날, "추운 겨울 5·18 민주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외쳤던 시민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며 온정의 밥상을 차려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리드문에서 언급된 지난달의 나눔 역시 단순히 한 정치인을 넘어, 팍팍한 서민의 삶을 보듬는 정치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녀의 나눔은 역사로도 향한다. 해마다 5·18 희생 영령들을 위한 제사 음식을 도맡아 준비하며 오월 정신을 잇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다. 지난 5·18 기념식 때 옛 전남도청에 차려졌던 제사상도 그녀의 손에서 탄생했다.



“새 정부, 소상공인의 눈물 닦아주길”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텅 비어버린 상가들을 바라보는 양 여사의 마음은 무겁다. “새로운 정부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좀 더 세심히 살펴주길 바란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운영은 서툴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들이 있어 힘이 난다”며 웃는 양 여사. 그는 오는 12월 연말에도 이웃들을 위한 무료 식사 나눔을 계획하고 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양여사 가정식 백반’. 이곳은 단순한 밥집을 넘어, 아픈 역사를 보듬고 따뜻한 연대로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는 광주 정신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의 밥상이 꺼져가는 골목상권과 지친 서민들의 삶에 따스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강주성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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