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국립공원 배후 지역들이 ‘규제 완화’ 요구를 넘어 ‘상생 모델’ 구축이라는 새로운 해법 찾기에 나섰다. 영암군(군수 우승희)은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학영 국회부의장, 서삼석 의원과 공동으로 ‘국립공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상생협력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기후환경에너지부와 국립공원공단이 후원하며 무게를 더한 이번 포럼은 국립공원의 생태 가치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 삼고, 이를 뒷받침할 공단과 지자체 간의 실질적인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우승희 영암군수는 기조 발언을 통해 “국립공원은 국가의 보물인 동시에 지역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함께 보전하고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E·S·E(환경·사회·경제)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고, 영암군이 그 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국립공원 보전이라는 국가적 책무와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며 “포럼의 제언을 국회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상생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화답했다.

조민성 전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외협력국장의 사회로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학계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내놨다. 유기준 상지대 명예교수는 규제 중심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유 교수는 ‘국립공원과 배후지역 활성화를 위한 환경·경제·사회전략 모색’을 주제로, 국립공원 인근 주민에게 환경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고 공단 수익 일부를 환원하는 등 가치 공유 체계를 제안하며, 생태 가치를 지역 브랜드로 연결하는 E·S·E 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오수길 고려사이버대 교수는 제도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자율 공원 관리 방안으로 공원계획 수립 시 지방정부의 참여를 대폭 늘리고, 지자체와 공단이 함께하는 ‘협력 이행 기구’ 설치와 권한 분산을 주장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박선영 남도자연생태연구소 대표는 영국 런던, 네덜란드 브레다 등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국립공원을 도시 생활의 일부로 통합하는 ‘국립공원도시(National Park City)’ 모델을 한국형으로 개발해 지역 브랜드를 세계화하자고 제안했다.

2부 토론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기구 설립에 뜻이 모였다. 김경원 남도자연생태연구소장, 김영중 영암군 기획예산실장을 비롯해 이도형 정읍시의원, 제진수 염태영의원실 보좌관, 한경구 국회지역균형발전포럼 사무처장이 연구기관, 지자체, 지방의회, 국회, 균형발전 등의 입장에서 협의회 설립의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국가 정책에 지방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역 불이익을 해소하려면 ‘국립공원도시 지방정부협의회’ 설립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암군은 2022년부터 관련 토론회를 지속해왔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월출산국립공원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단순한 규제 해소 요구를 넘어 환경 보전과 지역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대안을 제시하고, 지방정부협의회 설립이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