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 군수, 313건 민원 예산·사업으로 잇는다
12개 읍면 돌며 생활현안 청취
수해복구·재해예방 요구 잇따라
즉시처리·중장기 과제 나눠 관리
김현식 기자입력 : 2026. 10. 16(금)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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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군수가 민선 9기 첫 '찾아가는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무정에서 군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담양군]
박종원 담양군수가 민선 9기 첫 ‘찾아가는 군민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달 9일부터 29일까지 12개 읍면을 돌며 접수한 건의는 313건이다. 배수로와 마을안길 정비, 배수펌프장 설치 등 수해 복구와 재해 예방부터 농업 기반시설, 도로·교통, 생활환경 개선까지 주민 삶과 맞닿은 요구가 쏟아졌다. 관심은 이제 313건이라는 숫자보다 이 가운데 몇 건이 실제 사업과 예산으로 이어지느냐에 모인다. 담양군은 즉시 처리할 사안과 예산·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중장기 과제를 나눠 관리할 방침이다. 박 군수의 첫 현장소통은 ‘듣는 행정’을 넘어 ‘집행하는 행정’으로 이어질지 시험대에 섰다.

12개 읍면서 313건… 현장으로 간 군정
군민과의 대화는 지난달 9일 담양읍에서 시작했다. 박 군수는 봉산·고서·가사문학·창평·대덕·무정·금성·용·월산·수북·대전면까지 12개 읍면을 차례로 찾았다. 첫날부터 집중호우 피해 복구와 침수 예방, 폐기물 처리시설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올랐다.

방식도 단순한 경로당 방문이나 건의서 접수에 머물지 않았다. 기초생활거점 조성사업 현장, 증암천 파크골프장, 주민자치 프로그램 운영 현장, 농어촌 취약지역 개조사업 대상지 등을 직접 살폈다. 현장에서 바로 처리하기 어려운 요구에는 예산과 행정절차, 사업 여건을 설명하며 대안을 검토했다.

313건은 읍면당 평균 26건꼴이다. 주민 요구가 많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처리 과정이다. 소규모 보수처럼 곧바로 손댈 수 있는 사업과 예산이 많이 드는 기반시설 사업, 다른 기관과 협의해야 하는 사안을 같은 기준으로 다룰 수는 없다. 군이 건의를 분야별로 나눠 단기·중장기 과제로 관리하기로 한 이유다. 행정이 할 수 있는 일과 시간이 필요한 일을 구분해 설명하는 것도 현장소통의 한 부분이다.

지난해 수해의 기억… ‘복구’ 넘어 ‘예방’
이번 대화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재해 예방 요구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담양에는 평균 538.8㎜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중앙합동조사에서 피해액은 409억 원으로 확정됐고, 담양군은 복구비 1230억 원을 확보했다. 도로와 하천, 주택과 농림시설이 한꺼번에 피해를 입으면서 침수와 수해는 군민들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 현안이다.

주민들은 이번 대화에서도 배수로와 마을안길 정비, 배수펌프장 설치 등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무너진 시설을 원상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곳이 다시 잠기지 않도록 배수 능력과 접근도로, 위험구간 관리체계를 함께 손봐 달라는 주문에 가깝다. 지난해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복구사업과 주민 건의사업을 따로 떼기보다 침수 원인과 취약지역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담양군도 재해예방 시설 확충을 이어가고 있다. 군은 지난 2일 ‘침수우려 하상도로 자동차단기 설치공사’와 관련한 CCTV 설치 행정예고를 냈다. 하천 수위 상승 때 침수 우려가 있는 하상도로 진입을 차단하는 안전시설과 영상 확인 체계를 갖추는 사업이다. 군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침수 예방 요구와 별개로 추진되지만, 복구 중심에서 사전 차단과 예방 중심으로 안전대책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방향이 맞닿아 있다.

지난해 7월 전남 담양군 고서중학교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3건의 우선순위…예산 반영이 관건
현실적으로 313건을 모두 한꺼번에 예산에 담기는 어렵다. 일부는 기존 사업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신규 공사나 시설 확충은 타당성 검토와 설계, 국·시비 확보,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하다. 사업 간 우선순위가 충돌할 수도 있어 결국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재해예방 분야는 생활 불편 사업과 달리 위험도와 피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반복 침수지역, 고령 주민이 많은 마을, 대피가 어려운 하상도로와 농경지 주변 등은 한 번의 사고가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배수로 정비 한 건도 피해 이력과 침수 빈도, 수혜 가구 등을 따져 예산 순서를 세우면 주민 설득력도 높아진다.

박 군수는 가능한 사안은 신속히 추진하고 시간이 필요한 사업은 이유와 진행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려면 검토 중, 예산 반영, 관계기관 협의, 추진 불가 등 단계별 상황을 주민에게 공개하는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안 된다’는 답도 근거와 대안이 분명하면 소통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되면 313건은 숫자로 남을 수 있다.

내년 예산서가 보여줄 ‘현장행정’ 성적표
군민과의 대화는 행사가 끝났다고 마무리되는 일이 아니다. 주민이 제기한 313건이 부서 검토를 거쳐 내년도 본예산과 추경, 국·시비 건의사업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성과를 가른다. 읍면별 건의 건수와 처리 상황, 예산 반영액을 일정 주기로 공개한다면 현장행정도 숫자로 평가할 수 있다. 주민에게도 기다려야 할 사업과 당장 가능한 사업을 구분해 보여줘 행정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큰 수해를 겪은 담양은 재해 복구와 예방을 따로 볼 수 없다. 이미 확보한 복구비를 제대로 집행하는 것과 함께 주민들이 지적한 위험요소를 다음 재난 전에 얼마나 줄이는지가 중요하다. 자동차단기와 CCTV 같은 통제시설, 배수펌프장과 배수로 같은 기반시설, 마을안길 정비를 하나의 예방체계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박 군수의 첫 군민과의 대화가 남긴 과제도 여기에 있다. 주민 목소리를 듣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산과 공사,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313건 모두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분명히 세우고 가능한 사업부터 실행하며, 시간이 필요한 일은 과정을 공개한다면 현장소통의 신뢰는 높아질 수 있다. 민선 9기 담양군정의 첫 소통 성적표는 행사 횟수가 아니라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다음 예산서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김현식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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