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 담양호 사업 재편… ‘미르교’ 대신 순환형 탐방로
지반·홍수위 변수 미르교 제외
140억 유지, 탐방 동선 재편
내년 착공, 2029년 준공계획
140억 유지, 탐방 동선 재편
내년 착공, 2029년 준공계획
서은선 기자입력 : 2026. 10. 16(금) 09:31

담양 용마루길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종원 담양군수가 전임 이병노 군수 재임 때 추진한 담양호 횡단 보도교 ‘미르교’ 계획을 접고 사업의 중심을 순환형 생태탐방로로 옮겼다. 기본설계와 전남도 경관심의, 특허공법사 선정까지 마친 사업을 다시 손본 것은 이례적이다. 정밀 지반조사와 실시설계 과정에서 수심과 지반 구조, 홍수위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안전 확보를 위한 가설 장비와 기초공사비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담양군은 총사업비 140억 원의 틀은 유지하되 하나의 상징물을 세우는 방식에서 담양호 주변의 끊어진 길을 잇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랜드마크의 상징성보다 안전성과 이용 편의, 지역 상권과의 연결을 앞세운 현실적인 수정이다.
착공 앞둔 330m 미르교, 설계서 멈춰
가칭 미르교는 담양호 용마루길과 금성산성 일대를 연결하는 관광 랜드마크로 구상됐다. 길이 330m, 폭 2.1m 규모의 1주탑 보도현수교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조망 지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담양군은 지난해 6월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7, 8월 주민·언론·군의회를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열었고 9월 전남도 경관심의를 거쳐 기본설계를 마쳤다. 이어 특정공법 계약심사와 기술제안 절차를 거쳐 12월 특허공법사까지 선정했다. 당시에는 올해 1월 풍동실험 등 구조 검토를 거쳐 6월 착공할 계획이었다. 사실상 공사를 눈앞에 둔 단계였다.
그러나 실시설계 단계에서 조건이 달라졌다. 정밀 지반조사 결과 담양호의 수심과 지반 구조, 홍수위를 고려하면 당초 계획보다 안전 확보에 더 많은 공정과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설 장비 투입과 기초공사 보강에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체 사업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행정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군은 착공 전 사업 구조를 다시 검토하는 쪽을 택했다.
다만 추가 공사비가 정확히 얼마나 필요한지, 기존 미르교 설계와 공법 선정 과정에 투입된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사업 변경의 타당성을 주민들이 납득하려면 향후 설계 변경 과정에서 이 부분을 보다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다리 하나’ 대신 ‘호수 전체’ 연결
새 사업의 핵심은 담양호 주변의 단절된 숲길과 수변 산책로를 하나의 순환 동선으로 묶는 것이다. 인근 마을과 용마루길을 연결하고 담양호 수변 경관과 인공폭포를 볼 수 있는 수상 산책로를 조성한다. 야간 조명을 설치하고 탐방로 전 구간의 안전시설도 보강한다. 주차장과 수변공원 등 휴식 공간 역시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사업의 무게중심도 달라졌다. 미르교가 호수를 가로지르는 상징 시설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계획은 관광객이 담양호 주변을 오래 걷고 머무를 수 있도록 동선을 넓히는 데 방점을 찍었다. 용마루길만 둘러보고 빠져나가는 구조에서 벗어나 주변 마을과 상권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징성은 줄 수 있지만 이용 구간과 체류 공간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관광 인프라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총사업비는 140억 원 범위에서 유지된다. 미르교를 제외하는 대신 탐방로 연결과 수상 산책로, 조명, 안전시설, 주차·휴식 공간 등에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시설 하나를 없애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예산 안에서 사업 내용을 다시 짜는 구조다. 구간별 사업비와 탐방로 총연장, 시설별 규모 등은 기본·실시설계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140억 유지…사업비보다 ‘완성도’가 관건
사업 방향을 바꿨다고 안전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수변 산책로와 수상 시설 역시 지반과 수위 변동, 집중호우 때의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담양호의 강점이 수변 경관인 만큼 시설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오히려 자연경관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새 설계가 기존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를 피하면서 경관 훼손과 유지관리 부담까지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140억 원의 예산으로 어디까지 연결할지도 관건이다. 단절 구간을 잇는 탐방로가 실제 순환 동선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일부 구간 정비에 그친다면 사업 전환의 의미는 작아질 수 있다. 반대로 보행 동선과 주차장, 휴식 공간, 마을 진입로를 촘촘히 연결한다면 대형 구조물 하나보다 이용 효과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사업 성패를 ‘미르교를 세웠느냐’가 아니라 ‘담양호를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들었느냐’로 봐야 하는 이유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새 탐방로가 인근 마을과 상권을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체류시간과 주변 상가 이용, 주차 혼잡, 주민 생활 불편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준공 뒤 관광객의 발길이 실제 소비와 지역 소득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도 사업 단계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간의 ‘순환’이 지역경제의 ‘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 의견 반영해 내년 착공
담양군은 지난달 22일 용면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사업 변경 배경과 새 계획을 설명하고 주민과 이장단의 의견을 들었다. 군은 이 의견을 기본·실시설계에 반영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내년 착공, 오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군수는 미르교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보다 안전성과 재정 여건을 다시 따져 사업 방향을 조정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변경 자체보다 결과다. 140억 원이 눈에 띄는 구조물 하나가 아니라 끊긴 길을 잇고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며 그 발길을 지역 상권으로 연결하는 데 쓰인다면 이번 수정은 담양호 관광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탐방로 구간과 예산 배분, 안전 대책이 구체화되지 못한다면 사업 변경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내년 착공 전까지 담양군이 내놓을 실시설계가 이번 선택의 실효성을 가르는 첫 시험대다.
착공 앞둔 330m 미르교, 설계서 멈춰
가칭 미르교는 담양호 용마루길과 금성산성 일대를 연결하는 관광 랜드마크로 구상됐다. 길이 330m, 폭 2.1m 규모의 1주탑 보도현수교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조망 지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담양군은 지난해 6월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7, 8월 주민·언론·군의회를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열었고 9월 전남도 경관심의를 거쳐 기본설계를 마쳤다. 이어 특정공법 계약심사와 기술제안 절차를 거쳐 12월 특허공법사까지 선정했다. 당시에는 올해 1월 풍동실험 등 구조 검토를 거쳐 6월 착공할 계획이었다. 사실상 공사를 눈앞에 둔 단계였다.
그러나 실시설계 단계에서 조건이 달라졌다. 정밀 지반조사 결과 담양호의 수심과 지반 구조, 홍수위를 고려하면 당초 계획보다 안전 확보에 더 많은 공정과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설 장비 투입과 기초공사 보강에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체 사업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행정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군은 착공 전 사업 구조를 다시 검토하는 쪽을 택했다.
다만 추가 공사비가 정확히 얼마나 필요한지, 기존 미르교 설계와 공법 선정 과정에 투입된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사업 변경의 타당성을 주민들이 납득하려면 향후 설계 변경 과정에서 이 부분을 보다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다리 하나’ 대신 ‘호수 전체’ 연결
새 사업의 핵심은 담양호 주변의 단절된 숲길과 수변 산책로를 하나의 순환 동선으로 묶는 것이다. 인근 마을과 용마루길을 연결하고 담양호 수변 경관과 인공폭포를 볼 수 있는 수상 산책로를 조성한다. 야간 조명을 설치하고 탐방로 전 구간의 안전시설도 보강한다. 주차장과 수변공원 등 휴식 공간 역시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사업의 무게중심도 달라졌다. 미르교가 호수를 가로지르는 상징 시설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계획은 관광객이 담양호 주변을 오래 걷고 머무를 수 있도록 동선을 넓히는 데 방점을 찍었다. 용마루길만 둘러보고 빠져나가는 구조에서 벗어나 주변 마을과 상권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징성은 줄 수 있지만 이용 구간과 체류 공간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관광 인프라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총사업비는 140억 원 범위에서 유지된다. 미르교를 제외하는 대신 탐방로 연결과 수상 산책로, 조명, 안전시설, 주차·휴식 공간 등에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시설 하나를 없애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예산 안에서 사업 내용을 다시 짜는 구조다. 구간별 사업비와 탐방로 총연장, 시설별 규모 등은 기본·실시설계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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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호 생태탐방로 전경. [사진=담양군] |
사업 방향을 바꿨다고 안전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수변 산책로와 수상 시설 역시 지반과 수위 변동, 집중호우 때의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담양호의 강점이 수변 경관인 만큼 시설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오히려 자연경관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새 설계가 기존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를 피하면서 경관 훼손과 유지관리 부담까지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140억 원의 예산으로 어디까지 연결할지도 관건이다. 단절 구간을 잇는 탐방로가 실제 순환 동선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일부 구간 정비에 그친다면 사업 전환의 의미는 작아질 수 있다. 반대로 보행 동선과 주차장, 휴식 공간, 마을 진입로를 촘촘히 연결한다면 대형 구조물 하나보다 이용 효과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사업 성패를 ‘미르교를 세웠느냐’가 아니라 ‘담양호를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들었느냐’로 봐야 하는 이유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새 탐방로가 인근 마을과 상권을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체류시간과 주변 상가 이용, 주차 혼잡, 주민 생활 불편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준공 뒤 관광객의 발길이 실제 소비와 지역 소득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도 사업 단계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간의 ‘순환’이 지역경제의 ‘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 의견 반영해 내년 착공
담양군은 지난달 22일 용면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사업 변경 배경과 새 계획을 설명하고 주민과 이장단의 의견을 들었다. 군은 이 의견을 기본·실시설계에 반영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내년 착공, 오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군수는 미르교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보다 안전성과 재정 여건을 다시 따져 사업 방향을 조정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변경 자체보다 결과다. 140억 원이 눈에 띄는 구조물 하나가 아니라 끊긴 길을 잇고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며 그 발길을 지역 상권으로 연결하는 데 쓰인다면 이번 수정은 담양호 관광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탐방로 구간과 예산 배분, 안전 대책이 구체화되지 못한다면 사업 변경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내년 착공 전까지 담양군이 내놓을 실시설계가 이번 선택의 실효성을 가르는 첫 시험대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