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 담양군수 100일, 79개 공약 실행체계 구축…담양 변화 본궤도
농업·산업·관광 성장축 구체화
생활인구·정주정책 연계 강화
예산 1조 향한 재원확보 가속
김영희 기자입력 : 2026. 10. 16(금)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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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군수의 취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담양군]
박종원 담양군수가 오는 8일 민선 9기 취임 100일을 맞는다. 첫 100일의 핵심은 선거 때 제시한 약속을 실제 행정이 움직일 수 있는 실행계획으로 바꾸는 데 있었다. 당초 93건이던 공약은 인수위원회 검토를 거쳐 5대 분야 79건, 83개 세부 실행과제로 조정·통합됐고 이후 부서별 목표와 일정, 재원계획으로 구체화됐다. 여기에 2027년도 신규시책 103건을 발굴하고 효과가 낮은 27개 시책은 일몰 대상으로 돌렸다. 취임사에서 내건 AI 스마트 농업도시, 활력경제도시, 복지·생태도시, 글로벌 문화관광도시, 명품교육도시라는 5대 비전도 정책의 뼈대를 갖추기 시작했다. 첫 100일이 방향을 정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79개 약속이 농가소득과 일자리, 상권 매출, 돌봄과 정주환경의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93개 약속을 79개 실행과제로
박 군수의 민선 9기는 공약을 늘리기보다 정리하는 데서 출발했다. 공약 93건의 추진 가능성과 실효성, 시행 시기를 따져 유사 사업을 합치고 중복을 덜어 5대 분야 79건으로 재구성했다.

취임 뒤에는 공약을 행정계획으로 옮기는 작업이 이어졌다. 사업별 목표와 일정, 필요한 재원, 예상되는 문제를 다시 따지고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한 사업은 실행체계를 보완했다. 담양호권 생태탐방로처럼 실시설계와 지반조사 과정에서 안전성과 추가 비용 문제가 확인된 사업은 기존 보도교 중심 구상 대신 기존 산책로와 수변길, 인근 마을을 잇는 순환형 탐방로로 방향을 조정했다.

지난 1일 열린 2027년도 시책발굴 보고회도 같은 흐름이다. 담양군은 신규시책 103건과 일몰시책 27건 등 130건을 놓고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재원 확보 방안을 점검했다. 특히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해 10억 원가량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신규시책 103건은 또 다른 시험대다. 79개 공약을 정리해 놓고 다시 100개가 넘는 사업을 한꺼번에 벌인다면 선택과 집중의 의미가 흐려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업 수가 아니라 내년 예산에서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늦추고, 무엇을 과감히 접느냐다.

전남광주 북부권 상생발정협의회 단체장 간담회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담양군]
AI농업, 시설보다 농가소득이 기준
박 군수가 가장 선명하게 내세운 분야는 농업이다. 취임사에서 AI 스마트 농업도시를 첫 번째 비전으로 제시했고, 임기 중 농업예산을 1500억 원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한 농촌에서 스마트팜과 첨단온실을 늘리고 생산에 머물던 농업을 가공·유통·판매까지 이어지는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첫 100일 동안의 접근은 현장 의견을 정책에 연결하는 데 맞춰졌다. 담양군 농업회의소는 지난 7월 13일부터 31일까지 12개 읍면을 돌며 농업인 정책간담회를 열어 경영 부담과 농가소득 안정, 농촌 인력난, 청년농 정착, 생산기반 확충 등 28건의 건의사항을 모았다. 이후 친환경농업인과 후계농업경영인, 여성농민 등과의 간담회도 이어졌다.

군은 2개소 20ha 규모의 스마트농업 육성지구와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을 추진하고 첨단온실과 보급형 스마트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는 농업용 로봇 개발을 위한 연구협력 체계를 만들고 딸기 정식과 방제, 수확, 운반 자동화를 위한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방향은 분명하지만 앞으로의 평가는 ‘AI’나 ‘스마트’라는 이름이 아니라 결과로 이뤄져야 한다. 몇 동의 시설을 설치했는지보다 노동시간이 얼마나 줄었고 생산성과 농가 순소득이 얼마나 높아졌는지가 중요하다. 농업예산 1500억 원도 총액 자체보다 청년농 정착과 유통·가공 확대, 판로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다.

첨단4지구·광역교통, 북부권 성장축 도전
두 번째 축은 산업과 교통이다. 박 군수는 담양을 광주의 배후지역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부권의 성장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 중심에 대전면 일원을 중심으로 한 ‘첨단4지구’ 구상이 있다. 광주 북구·광산구, 장성과 AI·반도체 등 미래산업을 연계하고 담양에는 기업과 산업·주거 기능을 함께 담는 새로운 개발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 군수는 국회를 찾아 달빛 철도길 근대선교 복합공간 조성사업 등 지역 현안의 국비 지원과 달빛철도 건설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했다.

교통 분야에서는 광주 시내버스와 담양 농어촌버스의 상호 노선 연장, 환승거점 구축, 광역급행버스 지정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광주 첨단에서 담양읍을 잇는 도시철도 연장 방안은 2027년 기본구상과 타당성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첨단4지구와 광역교통은 아직 구상과 협의 단계다. 국가와 특별시 계획 반영, 개발제한구역 문제, 사업비 분담, 수요 검증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 앞으로는 대상지와 규모, 사업 방식, 기업 수요와 교통 수요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야 ‘북부권 성장축’이 구호를 넘어 사업이 된다.

기획예산처 장관과 면담을 위해 박종원 군수가 국회에 방문했다. [사진=담양군]
인구 7만·생활인구 100만, 숫자보다 정착
박 군수가 내건 정주인구 7만 명, 생활인구 100만 명 목표는 민선 9기의 가장 크고 어려운 약속이다. 현재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달성하기 쉽지 않다. 전입지원금 몇 가지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목표와 현실의 간격을 좁히기 어렵다.

담양군은 생활인구 확대와 청년 정착, 주거·교통·교육 기반을 하나의 정책 묶음으로 다루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도 단순 현금 지급보다 읍면별 소비 서비스와 주민 주도의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연계한 ‘농촌형 지역순환경제’로 설계한다는 방향을 잡았다. 주민참여형 태양광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소득은 2030년까지 100개 마을 확대가 목표다. 지난 8월 창평 부동마을에 이어 지난 7일 금성 죽림·고서 성산·대덕 대소산·용면 두장마을이 추가 선정됐다.

돌봄도 정주정책의 한 축으로 묶었다. 생활 SOS 서비스 ‘언능오쇼’를 통해 12개 읍면 안전예찰단과 관계기관이 위기가구 발굴과 집수리 등을 연계하고, 통합돌봄으로 가사·식사·건강관리·병원 동행 등을 개인별 상황에 맞춰 지원한다. 2027년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 ‘긴급돌봄 SOS’는 질병이나 상해로 거동이 어려운 군민 가운데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간병비를 연 1회 최대 150만 원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기본소득은 지급액보다 군비 부담과 지역상권 효과를 함께 따져야 하고, 햇빛소득도 발전수익이 실제 주민소득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한다. 인구 7만 명과 생활인구 100만 명 역시 숫자보다 청년이 일하고 아이를 키우며 교육·의료·교통·돌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관광은 ‘몇 명 왔나’보다 ‘얼마나 머물렀나’
담양은 이미 전국적인 관광도시다.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 소쇄원 등 이름난 자원이 많다. 민선 9기의 과제는 관광지를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찾아오는 관광객을 더 오래 머물게 하고 소비를 지역 상권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군은 봄 대나무, 여름 야간·먹거리, 가을 미식, 겨울 빛·가족 체험을 잇는 ‘담빛 사계절 페스타’를 추진하고 축제를 연결하는 ‘담빛패스포트’에 음식·숙박·체험을 묶어 체류시간과 소비를 늘릴 계획이다. 담양호권 생태탐방로도 단절된 산책로 약 5㎞를 연결하고 수변공원과 편의시설을 보강해 용마루길을 포함한 총 41.2㎞의 순환 탐방동선을 만드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성과평가 방식 역시 관광객 수만 앞세우기보다 숙박일수와 1인당 소비액, 음식점·전통시장 매출, 재방문율을 함께 봐야 한다. 관광객 증가가 군민 소득으로 이어질 때 ‘관광 담양’의 체질도 바뀐다.

박종원 군수가 담양읍에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담양군]
313건의 군민 목소리, 답변 속도가 관건
박 군수의 행정 스타일을 보여준 장면은 ‘군민과의 대화’다. 지난 9월 9일 담양읍을 시작으로 12개 읍면을 돌며 주민들과 만났고, 지난 6일까지 모두 313건의 건의사항이 접수됐다. 수해복구와 배수로·마을안길 정비, 배수펌프장 설치, 농업 기반시설, 도로·교통, 생활환경 등 생활과 밀접한 요구가 많았다.

군은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우선 추진하고 예산이나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사업은 중장기 과제로 관리할 방침이다. 집중호우 피해를 겪은 담양에서 재해복구와 예방 요구를 예산에 연결하는 일은 대형 개발사업보다 군민이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제2회 추가경정예산은 6335억 원 규모로 편성됐고 소하천 재해복구 등 국토·지역개발 분야에 294억 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91억 원, 농업 분야에 59억 원 등을 추가 반영했다. 축제·행사성 경비와 시급성이 낮은 사업을 줄여 재해복구와 민생 현안에 재원을 돌린 것도 초반 재정운용의 한 특징이다.

다만 군민과의 대화도 접수 건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313건 가운데 몇 건이 해결됐고, 무엇이 어렵고, 언제까지 처리할 것인지를 공개해야 한다. 현장행정의 신뢰는 얼마나 많이 들었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답했느냐에서 만들어진다.

예산 1조, 숫자보다 외부재원 확보가 핵심
박 군수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는 예산 1조 원 시대다. 올해 담양군 본예산은 약 5405억 원이었고 2회 추경을 거치며 6335억 원으로 늘었다. 규모는 커졌지만 이를 곧바로 ‘1조 원 공약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증액분에는 재해복구와 각종 현안 대응 예산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예산 1조 원의 실질적인 의미는 회계 규모를 키우는 데 있지 않다. 담양이 스스로 기획한 사업으로 국비와 특별시비, 공모재원, 민간투자를 얼마나 새로 끌어오느냐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신규 국비 확보액과 공모 선정액, 특별시 투자액, 민간투자 유치액을 구분해 공개해야 ‘예산 1조’의 질을 평가할 수 있다.

민선 9기 첫 100일은 완성된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짧다. 첨단산업과 광역교통, 인구정책, 스마트농업은 몇 달 안에 결과가 나오는 사업도 아니다. 박 군수의 100일은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시기라기보다 약속을 정리하고 행정의 방향을 세운 준비기간에 가깝다.

긍정적인 대목은 분명하다. 93개 공약을 79개로 정리했고 신규사업만 늘리지 않고 27개 기존 시책의 일몰도 검토했다. 농업과 첨단산업, 관광, 교통, 복지를 각각 따로 두지 않고 정주와 소득이라는 문제로 연결하려는 방향도 읽힌다. 통합특별시라는 외부 환경을 담양의 산업과 교통 기회로 바꾸려는 시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반대로 과제도 선명하다. AI농업과 첨단4지구, 광역도시철도, 예산 1조 원, 인구 7만 명은 모두 큰 목표다. 목표가 많을수록 행정력이 흩어지고 군민이 체감할 성과는 늦어질 수 있다. 79개 공약 가운데 임기 첫해 끝낼 과제와 2~3년이 필요한 과제, 중앙정부와 특별시 협의가 필요한 장기과제를 더 분명히 나눌 필요가 있다.

앞으로 박종원 군정에 필요한 것은 새 구호보다 공개된 실행표다. 공약별 예산 확보율과 착수율, 농가소득과 청년 정착, 기업 유치와 고용, 관광 소비, 주민 건의 처리율을 정기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첫 100일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증명할 차례다. 박 군수가 말한 대로 담양의 성장이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닿는지, 민선 9기의 성패는 결국 79개 약속 가운데 몇 개가 생활 속 변화로 남느냐에 달려 있다.
김영희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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